[기술금융의 성공조건]‘금융혁신’ 속도내는 정부…자칫하단 ‘금융부실’ 부메랑

입력 2014-09-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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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평가 인식 부족ㆍ인프라 미흡…대출자금 미회수ㆍ대규모 부실 불안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혁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기류와 금융당국의 보신주의 타파 대응책으로 은행권 기술금융 강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은행들은 기술금융 확대를 앞두고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금융 강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향후 부실 책임이 불거졌을 경우 책임 공방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중소기업과 기술에 대한 정확한 분석 능력이나 잣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자금 미회수나 대규모 부실대출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기술금융 상품 출시 봇물 =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밀어불이기식 기술금융 확대 압력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을 대상으로 매일 기술금융 취급 실적을 보고 받는 방안과 은행별 할당제 같은 강도 높은 기술금융 지원책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기술신용 대출 기업을 올 하반기에 7500개 △2015년에 2만2600개 △2016년 4만2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까지 세워놨다.

정부의 활성화 방침에 힘입어 각 은행권들의 기술금융 대출 규모 역시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기존 1000억원 규모인 기술신용대출펀드를 1조원 규모로 늘렸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 지적재산권담보부대출 500억원을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파격적인 대출조건으로 기술금융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우리창조 기술우수기업 대출’은 신용대출 기준 최저 연 3.23%(3개월 코리보 기준)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신한은행도 우수기술 보유 기업 TCB기술 등급에 따라 최대 연 0.2%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담보 없이 기술력만 대출하는 기술금융이 거대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확실한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이제 막 기술가치 평가 부문이 초창기이다 보니, 노하우와 경험 부분에선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점도 만만치 않은데, 금융당국에서 급하게 업무를 몰아붙이는 느낌이 크다”며 “기술평가에 대한 합리적인 잣대와 전문가 육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술신용평가 인식 부족… 속도 조절 한목소리 = 은행들은 기술신용평가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도 관련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상황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에 따라 정책자금 조달 금리를 인하해 주겠다며 인센티브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현실은 민간은행들의 경우 기술금융에 대한 은행들의 실적 자체가 미미해 정확한 집계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급변 시대를 맞아 현재 우량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기술력 영속성에 대한 보완책도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이 그 분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해서 1년 만기 대출을 해줬는데, 1년 후에도 과연 그 기술력이 가장 우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 한다”며 “기업들의 기술 영속성에 대한 리스크 보완책도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대응책도 잇따르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평가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그룹사들의 경우 계열사인 창투사나 캐피털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평가시스템 구축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에서는 TCB등급을 이용해 대출을 해준 경우 추후 부실이 생기더라도 은행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도 마련한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개인 제재를 지양하고 은행들의 기술금융 강화를 독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을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상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부실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기술금융을 압박하기 이전에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세다.

이 밖에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도 향후 기술금융이 제대로 자리잡기까지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금융이 초기 정착해서 상당 부분 결실을 보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릴 텐데, 그때쯤이면 정권 말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초기 의욕적인 정부 취지와 다소 엇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 드라이브를 걸던 산은 민영화의 좌초나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선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완화해 주는 등 확실한 당근이 있어야만 은행들도 안심하고 기술금융 지원과 신규기업 발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나 금융당국에서도 향후 부실이 생겼을 때 은행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합리적인 구제 방안이나 방어막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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