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희망 엿본 2014 서울국제도서전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6-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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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의외였다. 종이 냄새와 페인트 냄새, 나무 냄새, 커피 냄새 등이 뒤섞인 높다란 천장이 자리한 홀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오갔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지만, 시끄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손으로 눈으로 책을 훑고 골랐다. 2014 서울국제도서전은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며 조용히 성료했다.

책, 사람 그리고 문화의 공간.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였다.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펼쳐진 2014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으로 만나는 세상, 책으로 꿈꾸는 미래’라는 표어를 중심으로, 23개국 369개 출판사의 참여로 진행됐다.

올해는 전년보다 규모가 줄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던 지난해에는 25개국 610개 출판사가 참여했지만, 올해는 23개국 369개 출판사로 참여 출판사의 수가 40% 가까이 줄었다. 출판계 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지난해 주빈국 인도가 130여 개의 대규모 부스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각 출판사와 세계 각국이 마련한 부스는 지난해보다 수는 줄었지만, 북적이는 사람들로 성황이었다. 대형 출판사 축에 속하는 민음사와 문학동네에 역시나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긴 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부스에도, 소규모 공방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출판계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출판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 하나만으로 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들이다. 독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계가 책을 사는 데 지출한 비용은 월평균 1만8690원으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미약하나마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음을 증명한 자리였다.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갈 때다. 국제도서전으로서의 구색을 갖춰야 한다. 지난 4월 개최된 2014 런던국제도서전에는 개인의 도서 구매를 넘어 ‘국제’ 도서전의 타이틀에 걸맞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존재했다. 물론 서울국제도서전과 런던국제도서전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서울도서전은 책을 통해 독자와 저자와 출판사가 만나는 소통과 교류의 장을 지향하고, 런던도서전의 경우 B2B 시장을 지향해 목표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도서전과 런던도서전을 비교해 서울도서전의 부족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라며 “국제도서전인 만큼 B2B 시장도 적극적으로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국제도서전의 타이틀을 가진 만큼, 국제도서전의 트렌드인 B2B 시장 지향은 고려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오래된 대형 도서출판 관련 행사다. 국내 척박한 도서 출판 환경에서 20년 동안 국내 최대 규모로 행사의 명맥을 이어온 데에 출판계의 안과 밖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도움닫기는 끝났다. 이제는 비상할 때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국내 책쟁이들의 사랑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도서전이 되기 위해 또 다른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재정비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을 보고 싶다. 매년 더 높이 그리고 멀리 비상하는 명망 높은 국제도서전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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