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그대로 있어라” 섣부른 선내방송이 화 키웠나

입력 2014-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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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배가 갑자기 기울더니 물이 차올랐다. 아래층에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에 잠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가 컷던 데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는 섣부른 선내 방송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오전 8시 52분.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 승객들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5개층으로 된 선내에서 편의점, 휴게실, 단체여행객용 객실, 4~8인용 객실 등에 흩어져 있었다.

다수는 5개층 가운데 객실과 편의시설이 많은 3~4층에 몰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우는 느낌이 들 때만 해도 ‘파도 때문이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10분 뒤 “구명조끼를 입어라. 위험하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는 선내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동요했다.

순식간에 배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면서 객실 안의 냉장고, 옷장, 여행가방, 소지품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승객들도 속절없이 넘어졌다.

쓰러진 자판기에 깔리거나 배가 기운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맨발이 바닥에 쓸려 화상을 입고 허리와 다리 등을 다친 승객들의 비명으로 배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장모 양은 “3층 객실에서 친구들과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모두 방 한쪽으로 미끄러지고 캐비닛도 부서져 쏟아져 내렸다”며 “구명조끼를 나눠 착용하고 머무르는 동안 물이 점점 발목까지 차올라, 기어 올라서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구조 대원들이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객실 출구와 가까이 있던 승객은 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출구와 떨어져 있던 학생 등은 선체에 기대 몸을 지탱하거나 출구로 향하다가 미끄러지기를 거듭했다.

김모씨는 “움직이지 말라는 계속된 방송으로 사고 초기에 움직이는 승객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물이 차오르니까 사람들이 그때서야 하나 둘씩 윗쪽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전화하다가 선체가 휘청거리면서 휴대전화를 놓치고 서로 뒤엉킨 학생들의 울음소리도 배 안을 채웠다.

커튼과 고무 호스를 잡고 간신히 바깥계단으로 나온 승객들은 헬리콥터와 경비정 등에 의해 구조됐지만, 나머지 승객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모, 유모 양은 “아침을 먹고 2층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며“선실 위로 탈출할 힘이 남은 학생들만 안간힘을 다해 바깥으로 나와 헬리콥터를 탔는데 선실에 남은 학생들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울먹였다.

여객선의 격벽 구조가 약한 것도 탈출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선박 전문가는 “여객선은 군함과 달리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는 격벽 구조가 약해 충격이 가해질 경우 바닷물 유입 등 쉽게 위험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고발생 약 2시간후 여객선이 왼쪽으로 기울면서 발전기 전원이 끊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수 승객이 선실 밖으로 탈출하는데 어려움을 더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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