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재벌가 2세들 홀로서기 ‘시련’

입력 2006-05-17 11:20 수정 2006-05-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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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혁 전 현대정유 사장·박경원 전 두산개발 상무·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

정몽혁, 박경원, 김석동, 정원근,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

모두 부실경영, 정격유착, 경영권 다툼 등 이런저런 이유로 현역에서 물러난 재벌가(家) 2세들이다.

정몽혁 전 현대정유 사장, 박경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 정원근 전 한보제약 회장 등 이름 뒤에 ‘전(前)’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보면 이들이 한 때 잘나가던 2세 경영자였음을 눈치 챌 수 있다.

소위 비운(悲運)의 재벌 2세들인 이들은 낙마(落馬)후에도 끊임없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며 재기의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일부는 재기의 단맛을 보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

◆정몽혁 전 현대정유 사장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으로 변신'

비운의 황태자 1호로 손꼽히는 정몽혁(46) 전 현대정유 사장. 정 전 사장의 경영행보는 그야 말로 ‘오뚜기’같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특별히 사랑했다는 넷째 동생 정신영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던 부친이 독일 취재 중 현지에서 사망하자 유복자로 키워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이유에서 정주영 회장은 조카였던 정몽혁씨가 32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전 극동정유)의 대표라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 인천정유(옛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 브랜드를 발표하는 등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과시했으나 무리한 차입으로 인해 좌초하고 말았다.

두문불출하던 정씨는 동갑내기 정씨 일가 사촌들과 장인의 도움을 받아 건설자재 납품회사(H애비뉴&컴퍼니)를 차려 재기를 모색하기도 했다. 정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KCC 정몽익 부사장, 성우오토모티브 정몽용 회장은 정 사장과 사촌이며 나이도 동년배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고전하던 와중에 지난해 5월 타계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빈소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조우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달게 된다. 이 때 정몽구 회장이 ‘유복자로 커온 정씨가 고생이 심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그 자리에서 현대차의 부품계열사 한 곳인 아주금속을 맡으라는 제안을 한 것.

아주금속은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다. 지난해 6월부터 그는 창원과 서울지사가 있는 역삼동 데이콤빌딩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박경원 전 두산개발 상무 '벤처투자 실패 원점으로...'

정몽혁 아주금속 사장이 가족에 의해 다시 재기의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과 반대로 박경원(42) 전 두산개발 상무는 바로 가족에 의해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박경원씨는 지난해 불어 닥친 두산의 ‘형제의 난’에 불씨를 제공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씨가 몸담고 있었던 전신전자가 벤처거품이 빠지면서 경영난에 허덕이자 부친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아들을 위해 두산산업개발을 형제들에게 요구했다는 것이 두산측의 주장이었다.

경원씨는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 상무로 있다가 재벌 2세라는 특권을 박차고 2000년부터 벤처기업인으로 인생의 2모작을 시작했다. 2000년 당시는 ‘벤처광폭풍’이라고 할 정도로 벤처창업이 줄을 잇고 있던 시절이었다.

박씨는 연세대 및 조지워싱턴대 MBA 동문들과 함께 IT관련 벤처사업을 벌이며 홀로서기를 꿈꿨다. 이때 박씨와 함께 김석동 전 굿모닝 증권회장과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함께 지분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때 박씨가 깊숙이 개입했던 곳이 잇츠티비와 케이아이티비(옛 이룸), 그리고 전신전자였다. 잇츠티비는 인터넷 TV를 표방했지만 너무 앞서간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외면을 받았고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케이아이티비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지난해 주인이 바뀌고 사명도 케이피앤엘로 변경됐다. 수백억원의 손해를 본 잇츠티비는 휴면법인으로 전락했고 케이피앤엘도 역시 주력업종을 분자진단센터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 케이아이티비에는 대기업인 코오롱이, 잇츠TV에는 한솔아이글로브가 투자했으나 엄청난 손해만 보게 됐다.

이 두 곳의 벤처투자로 참단한 쓴 맛을 본 박씨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단독투자한 곳이 CCTV제조업체인 전신전자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경쟁 격화와 DVR등 CCTV를 대체하는 디지털 보안장비의 보급 확산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더니 지난해 적자회사로 전락했다.

경원씨는 부친과 삼촌들 사이에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지난 4월 보유했던 보유중인 전신전자 주식(171만주)과 경영권을 144억원에 매각했다. 재벌가에 태어났지만 홀로서기에 애썼던지 4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 'IT사업 재기 모색중'

경원씨와 한 배에 탔다가 같이 침몰한 2세가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이다. 김씨 역시 벤처로 재기의 꿈을 꾸다가 주가조작 등에 휘말려 몸담고있던 벤처기업에 물러나서 두문불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 씨는 최근 기업인으로서보다 브라운대학-조지타운대학-프랑스 인세드경영대학원의 학맥과 관련하여 자주 등장한다. 앞서 박경원씨와도 조지타운대 학맥으로 연결되고, 신세계그룹 2세인 정용진 부사장, SK그룹 차남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효성그룹3남인 조현상 상무, 경방그룹 장남인 김준 부사장과 브라운대 동문이다.

이런 학맥을 활용하여 투자금을 모은 그는 잇츠티비(옛 제니시스멀티미디어), 모션헤즈(영화직물) 등에 손을 대면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A&D를 통한 재기를 꿈꿨다. 김씨는 사양길에 접어든 섬유직물업체인 영화직물의 지분 50%를 구매한다. 이어 A&D작업에 들어가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인 모션헤즈로 변신을 시킨다.

사양업체가 하루아침에 앞길이 창창한 회사로 변신하면서 주가도 4000원에서 4만원으로 10배가 뛰게 된다. 이때 마련된 현금과 엄청나게 올라간 주가를 가지고 유상증자를 실시한 김씨는 10여개의 비상장 연예관련기업(연예기획사, 영화사, 음반사 등)들에 지분을 참여하여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했던 모션헤즈는 적자에 허덕이면서 7개월만에 김씨는 도중하차하게 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IT관련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인터넷 포탈업계의 삼성이라 할 수 있는 다음과 메신저 저작권 관련하여 소송까지 불사했던 임팩트온라인이라는 벤처기업이 있었다. 2000년 당시 임팩트온라인의 주주구성은 화려하게 그지없었다. 재벌 2세를 비롯해 쟁쟁한 기업총수및 오너 등 재계의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했던 것.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과 이웅렬 코오롱회장외에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 등이 지분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

사실 이들 재벌 2세들은 들널이에 불과했다. 핵심인물은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정원근씨였다. 정씨는 정태수 전한보 회장의 둘째로 전 한보제약 회장이기도 했다. 한보사태이후 두문불출했던 정씨가 경영자로 승부를 건 곳이 바로 임팩트온라인이었던 것. 고려대출신인 정씨의 학맥을 통해서 이처럼 많은 재벌 2세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발했던 임팩트온라인도 현재 온라인상에서 찾아 볼 수 었다. 홈페이지 주소인 www.impact-online.com도 주인이 없어 990달러에 판다는 광고가 나올 뿐이다. 최근 정씨는 부친과 함께 사업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쓴맛 단맛을 다 보며 기업을 세운 창업주와 달리 온실의 화분처럼 평탄하게 자라왔던 재벌 2세들이 손을 댄 사업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친의 그늘에서 얌전히 경영수업을 받고 되 물림받은 2세들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사진설명: 좌측부터 김석동 전 굿모닝증권 회장, 정몽혁 전 현대정유 사장, 박경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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