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별명, "다 이유가 있네"

입력 2006-05-12 15:45 수정 2006-05-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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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헴릿'·CJ 이재현 회장='리틀병철'·코오롱 이웅렬 회장='3박4일'·효성 조석래 회장='재계의 외무부장관'...

이재현 CJ 회장은 ‘리틀 병철’로 통한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맏손자이기도 하지만 체격부터 생김새, 말투까지 할아버지와 ‘닮은꼴’이어서 이런 별명을 얻게 됐다.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김승연 한화회장도 이 회장이 별명을 얻게 이유와 비슷하다. 선친인 고 김종희 회장은 초기 다이너마이트 등의 화학류 사업을 펼치면서 주한미군 관계자들과 다방면으로 친분을 닦았다. 이때 미국측 인사들이 지어준 별명이 '다이너마이트 김'이었다.

김승연 회장이 부친의 미국쪽 인맥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김종희 회장의 2세'라는 뜻에서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재계에서 널리 알려진 '미국통'이다. 2001년 출범한 한ㆍ미교류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이후 정기적으로 미국 정계 인사들과 교분을 쌓고 있다.

재계를 이끌고 있는 총수들의 별명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총수들이 별명을 얻게된 유래를 찾아보면 이처럼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별명 속에는 총수들의 리더십이나 경영스타일, 그리고 성격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사태와 관련 구속 수감된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외모와 함께 독특한 경영스타일이 별명에 녹아들었다. 정 회장은 학창시절 별명이 '시베리아'였다. 정확히 말하면 시베리아곰이다. 청소년때부터 건장한 체구를 가졌던 정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럭비선수였다.

당시 학교 럭비팀에서 후커(Hooker)를 맡았는데, 후커는 스크럼의 제1열째 중간에 위치하는 플레이어로 스크럼 안으로 투입된 볼을 재빨리 탈취해야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정 회장은 빠른데다 힘이 장사여서 상대방 럭비선수 두 명쯤은 거뜬히 힘으로 밀어붙이며 볼을 붙잡아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이러한 별명은 총수의 자리에 올라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게 됨으로 고착화된다. 특유의 뚝심으로 각종 사업을 밀어 붙여온 그는 힘들다고 주저하는 임원들에게 “당신 해 봤어?”란 말을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바로 럭비선수 시절 붙여진 별명과 일맥상통하는 별명이다.

이처럼 별명은 총수들의 특징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은둔의 왕(Hermit king)’, ‘은둔의 카리스마’로 통한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주로 한남동 승지원(집)에 칩거하면서 근무하는 업무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에 있다보니 홀로 연구를 하거나 사색에 빠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삼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졌다. 일부에선 '이건희 회장이 생각중독증에 빠져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영스타일이나 업무와 관련 없는 별명을 가진 총수들도 많다. 골프는 CEO들 사이에서 가장 익숙한 스포츠로 꼽힌다.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푸른 잔디 위에서 장시간 라운딩을 하면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 총수들도 매우 좋아하는 스포츠다.

바로 골프와 연관된 별명을 가진 총수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본무 LG회장은 ‘제2의 캐디’라는 색다른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뛰어난 매너와 함께 동반자의 샷을 세심하게 도와주는 덕분에 이색적인 별명을 얻었다. 구 회장은 핸디캡 7~8의 고수로 통한다. 그의 플레이는 도전적인 것으로 소문나 있다.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더라도 자신 있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해외협력사 임원들을 초빙하여 직접 골프대회를 열기도 하여 별명을 무색케하지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맡은 뒤 ‘골프 전도사’란 별명이 붙었다.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프로골프 대회 하나 만들라”고 ‘압력(?)’을 가했기 때문. 그 결과 지난해 9개였던 KPGA 대회는 올해 19개로 늘어났다.

박 회장은 2년전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딩을 하는 것은 물론 지난 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와 프로암대회 동반자로 나서 등 골프 전도사로서의 명성을 날리고 있다.

외모와 관련된 재미난 별명을 가진 총수도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1년 전 만해도 별명이 ‘안면홍조증’이었다. 외부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언론을 포함 대외석상에서 나서면 긴장이 되어 영락없이 얼굴이 붉게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안면홍조증이라는 별명은 사라졌다. 대신 최근에는 ‘강사 최태원’으로 바뀌었다. SK의 새 경영이념인 ‘행복경영’전도사로 나서며 사내 강의에 적극적이고 신입사원은 물론 임원들과의 격의없는 토론의 장을 자주 마련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 회장은 일방적 강의보다는 함께 결론을 만들어 가는 토론형이다.

특히 신입사원들과 대화 때에는 연애시절 등과 같은 개인적인 얘기도 스스럼없이 쏟아내며 격의 없는 대화를 이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3박 4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일할 때도 놀 때도 매우 열정적으로 임한다는 데서 붙여진 젊은 시절의 지인(知人)들이 지어줬다. 이 회장은 또 스스로 ‘CVC(Chief Visionary Creator, 최고 비전 경영자)’라고 불리길 원한다. 별명을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에서다.

'재계의 외무부 장관'. 조석래 효성회장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한·미 재계회의 한국위원장, 한·일 경제협회 회장,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국위원장 및 국제회장(현 국제명예회장) 등을 맡으면서 왕성한 국제 활동을 펼쳤다. 덕분에 정부로부터 외무부 장관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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