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1주택자 VS 다주택자

입력 2014-03-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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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에서 1가구 1주택자는 혜택이 참 많다. 대출을 잔뜩 받아 비싼 집을 갖고 있어도 1주택자는 투기꾼이라 하지 않는다. 1주택자의 집이 공시가격 9억원(실거래 12억~13억원)을 넘지 않으면 임대소득이 억대를 넘어도 임대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또한 실거래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여기에다 취득세 감면,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주택담보대출이나 주택연금 우대 등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아주 많아 잘못하면 다 챙기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비해 2주택 이상 소유자는 작은 집을 갖고 있어도 투기꾼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월세는 조금만 받아도 법상 과세대상이고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1주택자 우대 제도는 경제논리로 볼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2억원짜리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 한 채를 팔아 5000만원의 양도 차익이 생겼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나, 9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은 주택을 팔아 5억원의 양도 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경제 논리로 보면 양도 차익이 크고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맞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주택자는 모두 실수요자이거나 건전한 투자자일까? 2주택 이상자는 모두 투기꾼일까? 투자와 투기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등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현실 생활에서 투기와 투자는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인 것처럼 차이가 모호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있다. 미국 상품 선물거래위원회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거래, 즉 헤지를 하지 않은 자금 투입은 모두 투기라고 본다. 즉, 주식 투자를 하고 주가 하락에 대비해 주식·선물 등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은 것, 부동산을 사고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하지 않은 것 등이 모두 투기라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금 투입 대상물의 가격상승, 즉 매매 차익을 주로 기대하는 것이 투기이고, 대상물에서 나오는 수익, 즉 배당이나 임대료를 주로 기대하는 것이 투자라고 본다. 이렇게 본다면 1주택자, 다주택자는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기준과 거리가 멀다.

1주택자라도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을 찾아 자주 이사 다닌 사람은 투기적인 것이다. 특히 갖고 있는 모든 돈에 최대한 대출까지 받아 오래 살지도 않을 집을 사는 사람은 1주택자라도 굉장히 투기적인 것이다. 반대로 다주택자라도 매매 차익보다는 임대료 수입을 주로 생각하고,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면 아주 건전한 투자자인 것이다. 한국과 같이 공공임대주택이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형 주택을 여러 채 편하게 가질 수 있어야 전·월세 물량이 충분히 공급된다. 한국에서 1주택자에 대한 과다한 혜택은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의 무리한 주택 구입, 소형 임대주택 물량 부족, 부동산 실거래 가격의 왜곡, 세입자에 대한 홀대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 임대소득세에 대한 과세 추진과 맞물려 앞으로 대형 원룸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한 채 소유한 사람과 소형 아파트 등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 간의 과세 불공평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이제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은 조금 축소하고 세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때다. 이것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적 흐름과도 맞는다. 2008년 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서브프라임사태의 주요 원인의 하나는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자가 소유 확대정책에 대한 반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택 관련 세금도 1주택이냐 다주택이냐가 아니라 총 보유 주택의 가격,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의 규모에 따라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경제논리에 맞고 공평성도 확보할 수 있는 조세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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