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올 한해 안녕들 하셨나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12-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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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2013년 올 한해 ‘불통 정부’와 ‘갑을공화국’에서 안녕들 하셨습니까? 느낌 아니까, 단언컨대 안녕치 못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3년 계사년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 한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유행어를 꼽으라면 아마 ‘불통 정부와 대통령’ ‘갑을 공화국’ ‘안녕들 하십니까’ ‘느낌 아니까’‘단언컨대’일 겁니다.

유행어는 노출 범위가 넓고 노출 빈도가 잦은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양산되기도 하지만 특정 현상이나 인물, 사물이 이슈가 되거나 문제 돼 이를 적시하는 말이 유행어로 유포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유행어를 읽으면 당시의 정치와 경제, 사회가 보이고 문화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 이병헌이 모 제품 광고에서 언급한 ‘단언컨대’와 KBS ‘개그콘서트’에서 개그우먼 김지민이 반복한 ‘느낌 아니까’는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유행어라면 ‘불통’과 ‘갑을’은 우리의 후진적 정치, 경제 시스템과 인식, 권력자와 정당의 문제 있는 행태와 연관된 유행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녕들 하십니까’는 불통과 갑을 문제가 수많은 사람을 안녕치 못하게 만들고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적 상황에서 학생과 서민 등 이 땅의 수많은 사람이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안녕 여부를 묻고 자신이 안녕하지 못함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올해 최대 유행어로 부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 댓글사건에서부터 청와대와 장관 등 인사 문제, 밀양송전탑, 철도노조 파업에 이르기까지 원칙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대화와 타협, 수용보다는 독선으로 일관해 불통을 넘어 ‘먹통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이 때문에 극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됐습니다. 불통의 문제는 정부뿐만이 아닙니다. 새누리당, 민주당 등 정당 역시 자신의 입장만 옳고 상대의 의견은 배척으로 일관하는 오만의 극치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집권 여당 그리고 일부 단체는 자신의 입장과 다르고 정권과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종북’이라는 공포의 재갈을 물려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침묵을 강요하기도 했지요.

지난 4월 비행기 안에서 한 대기업 임원이 라면을 끓여 주지 않는다며 여승무원에게 폭행을 가한 갑(甲)질의 병폐가 국민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어 모 기업 영업관리소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고착화된 갑을의 한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은 기업과 국민을 향해, 대기업은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자는 가난한 이에게, 기업주는 종업원에게 행하는 온갖 갑질의 행태들이 속속 드러나 갑을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줬지요.

불통 정치와 갑을공화국 문제로 안녕치 못한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은 진정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2월 10일이었지요.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 주현우씨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4213명이 직위해제되고, 송전탑 문제로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안녕을 묻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교내에 붙여 수많은 사람의 공감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안녕치 못한 사연과 안녕치 못한 사회에 대한 질타와 비판의 소리가 들불처럼 번져나갔지요.

왜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주씨처럼 불통의 정부와 갑을공화국으로 인해 안녕치 못한 사회를 함께 살기에 그 느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단언컨대 수많은 이 땅의 민초들이 주씨의 대자보 내용처럼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 높여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 질문에 소리쳐 답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2013년 한해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유행어를 되뇌며 2014년 갑오년에 유포됐으면 하는 유행어를 떠올려 봅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소통’의 대통령과 정부, 정치가 되고 갑을의 병폐가 사라지고 상대를 존중하고 차이와 다름을 ‘포용’하는 사회가 돼 이 땅의 민초들이 모두 ‘안녕’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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