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타당성 없음’ 판정에도 5조5000억 국책사업 밀어붙여

입력 2013-12-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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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피하려 사업비 줄이고 재조사서 ‘타당성 인정’ 둔갑도

최근 10년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1미만으로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5조5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그대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일부 사업이 재조사에서 B/C 1을 넘는 것으로 둔갑되거나 예타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 규모를 줄인 사례도 확인됐다. 사업성을 평가할 때 B/C는 1 이상, 계층화분석법(AHP)은 0.5 이상일 때 타당성이 인정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19일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의 쟁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3년 6월 현재까지 예타조사가 실시된 사업은 총 535건. 이 가운데 238건(44.5%)이 ‘타당성 없음’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타당성 없음’ 판정에도 불구하고 17건의 사업은 예산이 편성돼 그대로 밀어붙여졌다. 이들 사업에 현재까지 들어간 예산은 2749억원에 불과해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영조도 북측-남측간 도로 건설 사업의 경우 B/C 0.39, AHP 0.479에 불과했으나 여전히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사업비 1218억원 중 현재까지 676억원이 집행됐고, 앞으로도 비슷한 금액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대구·경북 한방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B/C 0.41, AHP는 0.207에 그쳤음에도 사업비 1272억원 중 현재까지 지원된 예산은 81억원으로, 향후 1100억원 이상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3408억원 규모의 ‘국도 77호선 신설(압해-화원)’ 사업은 심지어 B/C가 0.17, AHP가 0.336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처에선 예타조사 결과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 사업이 재조사를 통해 ‘사업성 있음’으로 재평가되는가 하면 예타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고의적으로 줄이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돼있다. 결국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국민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예타조사에서 ‘타당성 없음’으로 판정된 사업 238건 가운데 재조사를 실시한 사업은 총 39건으로, 이 중 무려 23건(60%)이 ‘타당성 있음’으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국립대한민국관 건립’ 사업의 경우엔 최초 1570억원 규모로 추진됐지만 예타조사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철회’ 요청이 들어오자 사업비를 497억원으로 줄이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보고서는 “예타조사 결과 타당성이 없는 사업임에도 예산이 편성돼 추진되는 건 정부 스스로 조사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예타조사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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