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막말의 금도- 신율 명지대 교수

입력 2013-12-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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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에는 금도가 있다. 부부싸움에도 해도 될 말과 해선 안 될 말이 있고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에게도 이러한 법칙은 당연히 적용된다. 그런데 지금 몇몇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보면 도대체 자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말을 보자.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그 존재가 미미했던 정치인이지만 어쨌든 장하나 의원은 이른바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번 대선은 부정선거여서 승복할 수 없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고 내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보궐선거를 하자는 주장을 폈다.

표현의 지유가 있는 민주국가에서는 얼마든지 대통령 사퇴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니라 국회의원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모두 헌법기관이어서 말 한마디의 비중이 다른 일반인들에 비해 상당히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하나 의원이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의원배지를 떼고 시민운동하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가 장 의원한테 제발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 달라고 매달린 적도 없으니 자신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는 자신부터 국회의원 그만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장하나 의원에게 힘을 보태듯이 같은 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란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국가정보원을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당신도 죽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는 식이다. 이 정도면 악담이 아니라 협박 수준이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상대방은 비판의 대상이자 극복의 대상일 수 있지만 타도의 대상은 아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80년대의 정치 상황이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정권이 자신들을 언제 잡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이 정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도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문제는 자신들의 이런 발언이 사회적 균열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만일 그런 생각을 했음에도 작심하고 이런 발언을 했다면 정말 큰 일 날 문제다.

그리고 이 두 의원의 발언과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의 그간 행보와의 관련 여부 역시 지금의 정세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지도부가 뭔가 하려고 하면 항상 돌출 발언을 해서 지도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흐트리고, 그래서 지도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렇다. 민주당 지도부가 새누리당과 4자회동을 통해서 도출한 합의의 산물인 국정원 개혁특위가 막 시동을 걸려 할 때 이런 악담과 막말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것이 우연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만일 이들의 행위가 당 지도부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라든지 아니면 문재인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이 있다면 차라리 분당을 권하고 싶다. 국민들의 정서와 무관하게 강성 행보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아직도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계몽 민주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다면 차라리 분당을 해서 다른 당을 만들어 자신 있게 자신들의 생각을 시험해 보라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계속 있으면서 계몽 민주주의의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역설적으로 새누리당 독주체제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다.

야당이 강해야 정치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강함이란 그들이 생각하는 강함과는 차이가 있다.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함께 뛰어야지 국민들 앞에 뛰면서 국민에게 왜 이리 못 뛰냐는 질책을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분당을 하든 아니면 이들이 정신을 차리든 한국 정치를 위해 민주당이 하루 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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