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금융사 CEO의 보수 평가-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11-22 11:07 수정 2013-11-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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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지난해 946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미국 3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최고의 연봉이다.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레슬리 문베스 CBS 회장은 5884만달러,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회장은 363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10위를 차지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도 2628만달러의 연봉을 받아 글로벌기업 CEO들의 엄청난 연봉에 입이 딱 벌어진다. 물론 이들 연봉의 대부분은 스톡옵션이란 점에서 우리와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 대기업 CEO 연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글로벌기업 CEO와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최대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는 등기이사 4인에게 159억원의 연봉을 지급한다. 1인당 40억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도 등기이사 4인에게 64억원을, 포스코는 5인에게 40억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해 국내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 수준을 짐작케 한다.

금융권 CEO 연봉도 개인별 구체적 액수는 알 수 없지만, 금융지주 CEO 15억원, 은행 10억원, 금융투자사 11억원, 보험사 10억원 정도라고 한다.

해외 글로벌기업 CEO 연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반직원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물론 기업 CEO는 그만한 경륜(經綸)을 갖췄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통해 경영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직원과 연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경영을 잘해 많은 수익을 내면 그만큼 성과를 보상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성과 보수가 우리 사회와 조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게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책정했느냐는 것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이 얼마인지, 또 고정급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돼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처럼 비등기 이사의 연봉은 일급비밀이다.

최근 이건희 회장 연봉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연봉이 ‘0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회사에서 받는 보수가 없어 건강보험도 지역가입자로 돼 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언제부터 연봉을 안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사실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불합리한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 연간 5억원 이상 상장사 등기이사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비등기 임원은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제도 개선 취지가 무색해졌다. 30대 그룹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총수 일가 22%가 미등기 임원이라고 하니,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재벌의 연봉 챙기기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금융권 경영진의 보수체계도 엉망이다.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에서 11억원, 메리츠증권 28억원, 메리츠화재 50억원 등 모두 89억원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2440만원을 번 셈이다.

또 박종원 코리안리 부회장은 173억원의 특별퇴직금을 받았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책정된 성과보수 이외에 명시적 지급 근거도 없는 특별공로금 35억원을 받아갔다.

금융회사들은 실적이 좋으면 보수를 크게 올리면서도 실적이 악화되면 찔끔 내리는 행태를 보였다. 또 연봉을 더 챙겨가기 위해 성과평가를 할 때 계량지표 목표는 전년도보다 낮게 설정하고 비계량적 지표는 후한 점수를 주는 꼼수도 부렸다고 한다.

이처럼 금융권 성과보수체계가 엉망이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보수 결정은 각사가 자율적으로 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자율 운운하는 금융당국이 과연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작 자본주의가 정착된 선진국은 기업과 금융회사 CEO 연봉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회사 CEO 등 최고액 연봉자 3명에 대한 보상프로그램과 기본급, 보너스, 옵션 등을 자세히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연 보수 총액이 1억엔 이상인 상장사 임원의 기본급, 스톡옵션, 보너스,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스위스에서는 기업 CEO의 최고 연봉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고,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부터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경영진의 보수를 일반직원의 10배 이내, 성과급은 기본급의 3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노동의 대가는 CEO든, 일반직원이든 합당하게 지급해야 한다. 성과보수 평가만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졌다면 수백억원의 연봉을 가져가더라도 누가 뭐라 말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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