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경제위기속 김재익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13-1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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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이완배 '김재익 평전'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좋았던 시절을 생각한다. 1980년 시작된 5공화국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눈부신 성장의 시기였다. 경제운용의 틀을 크게 바꿈으로써 1980년대 내실 있는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인물 가운데 주역이 김재익 당시 경제수석이다.

고승철·이완배 공저 ‘김재익 평전’은 5공화국 초기에 경제 정책을 주도했던 한 인물에 대한 평전이지만 현재 우리의 문제에도 큰 시사점을 던지는 책이다.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크게 업그레이드한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맞을 때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1987~1996년까지 한국경제는 연평균 8.3%의 성장을 계속한다. 좋은 씨앗을 뿌렸고 그 씨앗이 활짝 개화한 시기였다. 개방과 안정이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이를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이 이뤄진 시기였다. 이 같은 그랜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인물이 김재익 전 경제수석이다.

오늘날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수렁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등장하는 정권마다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지만 한 정권이 퇴장할 무렵이면 엄청난 부채와 저성장의 부담을 안겨놓고 떠나길 반복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이란 과제다. 이 때문에 당시 누가 어떤 방법을 통해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책 입안자의 머리를 장악하는 것은 경제 사상과 이념이다. 사상과 이념은 오랜 시간을 걸쳐 세월의 연단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지만 나는 김재익 전 수석에 영향을 끼쳤던 미제스란 경제 사상가에게 눈길을 주게 된다. 반인플레이션과 개방 그리고 경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오스트리아학파의 선두주자 미제스의 사상적 토대 위에서 김 전 수석은 자신의 뜻을 펼쳤다. 그의 행동을 이끌었던 경제철학은 자유주의 사상이었다.

사람들은 그 시절과 우리의 시대가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현재 우리의 문제도 결국 건강한 경제사상의 부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상이 부재하니 결국 나오는 것은 임기응변식 정책뿐이다.

누적되는 부채, 떨어지는 역동성, 저성장으로 인한 취업난 등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올바른 사상의 복원과 실행에 그 해답이 있다. 상황에 맞춰 실용을 중시하는 정책은 이도저도 아닌 엉성하게 조합된 정책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뚜렷한 경제철학 위에 시행되는 정책이라면 단기적 성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고 장단기 효과를 모두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재익 전 수석은 확고한 사상적 토대 위에 자신의 신념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30여년의 간격을 두고 우리는 그 시대로부터 풍성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올바른 경제철학과 관점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이런 교훈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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