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그 불편한 진실] 카드사, 리볼빙 이자·부가서비스 축소…불리한 건 ‘쉿’

입력 2013-11-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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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터 상품 장점만 부각…거래조건 설명 두루뭉수리

# 직장인 박모(42·여)씨는 카드회사로부터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안내 전화를 받고 신청을 했다. 하지만 판매대행인으로부터 리볼빙 이용시 이자가 청구되는 부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고 고지서에 청구된 이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텔레마케터가 신청만 해놓고 사용을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자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면서“카드결제 대금이 부족해 리볼빙으로 자동 전환됐는데, 이자가 청구돼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 주부 최모(35)씨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던 중 해당 창구 직원으로부터 아파트관리비가 결제되는 카드를 하나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연회비까지 대신 내준다는 얘기에 덜컥 카드를 새로 만들었지만 나중에 보니 아파트관리비 결제 기능이 사라질 예정인 카드라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사들은 전화로 각종 카드상품의 신청 및 이용을 권유하는 소위‘전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상품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금리 등 거래조건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 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하나로 전화마케팅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 예방 및 카드회원의 권익 강화를 위해 카드사의 전화마케팅 모범 규준을 마련,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TM) 등 판매대행인의 실적이 보수와 연동돼 있어 현장에선 상품설명대본(표준스크립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또 부당 권유를 한 직원 내지 판매대행인을 업계에서 축출하는 일이 없고 다른 지점으로 전직시키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해 일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들을 퇴출시키는 조치들이 없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기준 4만7000명(전업 모집인 2만7000명, 제휴 모집인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경품 제공을 통한 호객행위와 가두 모집, 1사(社) 전속을 위반한 종합 카드모집 등이 만연해 있다.

국내 카드사의 비용구조를 보면 제휴사 지급수수료, 모집비용 등 마케팅과 관련된 항목이 카드비용 절반 이상(2011년 기준 54.9%)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합리적 카드 선택을 막는 불법모집은 신용카드 남발·남용으로 이어져 가계 빚 증가 등 사회적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부가서비스 축소하고 ‘쉬쉬’=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의무유지기간인 1년 이후 축소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의무유지기간(1년) 경과 후 2년 이내에 축소된 부가서비스가 63개 달했다. 축소된 서비스에는 1만5972명 고객이 가입한 상태였다.

부가서비스 축소가 빈번해지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신용카드 관련 민원이 지난해 8595건으로 2008년 4846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부가서비스에 대한 민원은 40건에서 211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부가서비스가 축소된 신용카드 해지율은 12.3%으로 10명 중 9명이 혜택이 줄어든 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혜택 축소 사실을 가입자가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하거나 해지 절차가 귀찮아서 그대로 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카드슈랑스’증가세… 불완전 판매 우려 = 카드업계가 불황에 직면한 가운데 ‘카드슈랑스’ 수익은 지난 20년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영업채널 확대를, 카드사 입장에선 부대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비전문가인 카드사 소속의 텔레마케터가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보험을 판매해 불완전 판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보험 대리판매업을 뜻하는 카드슈랑스 수익은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3년과 비교해 3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기준으로는 △2008년 8292억원 △2009년 8984억원 △2010년 1조102억원 △2011년 1조3768억원 △2012년 1조542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올해는 1분기에만 4281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이대로라면 올해 카드사의 보험판매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 소속 텔레마케터들이 전화로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대면채널에 비해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한다. 일정 기간 보험상품 교육을 받는다 해도 상품내용, 보험관련법 등 등록시험(자격시험)을 거치는 보험설계사와 역량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익이 줄어들면서 신용카드사는 카드 회원모집 및 유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인상하거나 부가·할부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혜택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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