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재계 마당발]국회의원의 망언, 기업인의 실언

입력 2013-10-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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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부질없는 시간만 보내고 왔다.”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두했던 한 기업 대표는 증인석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튿날 기자들과 만난 그는 전날 국정감사와 관련해 “부질없었다”는 말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사실도 그랬다. 기업과 기업대표에게 “증인으로 나오라”며 엄포를 늘어놓고, 답변 시간은 고작 1분를 주는 상임위원회도 있었다. 답변이나 할 수 있었으면 다행이다. 불러놓은 증인에게 질문 하나 없었던 감사장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가 아닌 대기업 감사’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서 시작한다. 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작용’뿐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국회 각 상임위는 이처럼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재계에 으름장을 놓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인 증인을 채택하면서 기업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국감이 시작되자 없는 사실을 끼워맞추거나, 엉뚱한 자료를 내놓으며 기업을 윽박지르고 있다.

앞다퉈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과 기업 대표에 대한 망언도 이어졌고,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내놓은 자료 탓에 서둘러 발표 자료를 정정하는 의원실도 있었다. 멀쩡한 르노삼성자동차를 리콜이 가장 많은 차 회사로 몰아붙였다가 서둘러 이를 정정하는 상임위원회도 있었다. 이처럼 새 정부 들어 처음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질없었다”는 기업 대표의 실언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대표 경영자로서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다. 증인석에서 사업장 안전사고와 관련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의 증언도 더 이상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됐다. 기업인의 부적절한 발언 한 마디는 논란으로 증폭되고 이는 산업현장에서, 그리고 경영현장에서 묵묵히 맡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회사는 서둘러 공식 입장을 통해 해명했고 사태는 진정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경영자로서 적절하지 못했던 그의 발언은 회사에게 상처로 남을 것이다.

없었다면 가장 좋고 있어도 한 번이면 족한 게 경영자의 실언이다.

적어도 재계 아니 이 기업의 임직원이라면 이 같은 실언을 해서는 안된다. 언제나 공식적인 사안에 대해 냉철하고 원론적이어야 하며, 자신의 발언 하나가 회사를 대표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뜬구름 잡는 ‘언론 플레이’보다 실현 가능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발언만 남겨야 한다. 연말에 이어지는 이 회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관심있게 지켜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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