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구본무 회장‘人和’ 전통에 성과 보상도 파격…‘일등LG’ 시너지 폭발

입력 2013-10-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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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리더십 정평…협력사와 파트너십 강화 강조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인화의 리더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웬만해선 ‘사람을 내보내선 안 된다’는 구 회장의 생각은 대대로 인화를 중요시한 LG그룹의 가풍에 뿌리를 두고 있다. GS그룹의 허씨 가문과 57년간의 성공적 동업 관계를 유지한 뒤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화를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구 회장의 인화 리더십에 최근 ‘성과’라는 상반돼 보이는 리더십이 더해졌다. ‘인화와 성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구 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성과… 보상도 파격=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월 “LG의 화두는 시장 선도와 철저한 실행”이라는 일성을 내놨다. LG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재계에서 가장 먼저 발표했다. 지난해(16조8000억원)와 비교해 약 3조원 늘어난 금액. 다른 회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발표 시기는 물론 투자금액 면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행보였다. 시설투자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시장 선도를 위해 지난해 11조8000억원보다 18.6% 늘어난 14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구 회장이 이처럼 재계에서 제일 먼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시장 선도 성과에 따른 상벌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시장 선도를 경영에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구본무 회장의 이 같은 일성은 LG그룹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 회장이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면서 경쟁을 유도하는 것 또한 바뀐 LG의 모습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경우 반드시 보상이 뒤따르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과감한 인사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세탁기를 글로벌 1위로 키운 사상 첫 고졸 사장인 조성진 HA사업부장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함께 시장을 선도할 핵심 사업을 만들어 낸 직원들에게는 두둑한 포상금과 더불어 승진 기회까지 준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인화해주는 ‘포켓포토’를 생각해낸 LG전자 사원에게 1년치 연봉에 달하는 포상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사원은 지난달 1일자로 한 직급 특진, 대리를 달았다. “시장 선도를 이끈 직원에게는 보상을 아끼지 말라”는 구본무 회장의 특명 덕분이다.

◇인화+소탈도 그대로= 기업 오너들을 여럿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장 ‘사람 냄새’나는 인물로 구본무 회장을 꼽는다.

구 회장을 처음 본 사람들도 한눈에 그의 소탈함에 매료된다. 미소 띤 얼굴에 편안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LG 관계자는 “여름에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회장님이 오셔서 직원들 식사 값을 다 내주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격식을 따지는 것도 싫어한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재벌 총수답지 않게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도 않고 홀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구 회장은 “각자 자신들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업무를 잘해야지 자신을 챙기는 데는 신경을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출장이다. 구 회장이 전용기로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함께 나가는 사람은 운전사와 비서 1명 정도다. 구 회장은 출근 때도 지하 1층 주차장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트윈타워 본관 로비로 출근할 경우 직원들이 출근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내에서는 총수지만 특별대우를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소탈한’ 구 회장의 리더십이다.

그룹 행사에서 볼 수 있는 구 회장의 이름표도 이를 잘 보여준다. 구 회장은 CEO 세미나나 임원 세미나 등 그룹 행사에서 반드시 ‘회장 구본무’라는 명찰을 붙인다. 다른 임원들도 명찰을 다는데, 본인도 똑같이 지켜야 한다는 것.

또 사내 행사에는 반드시 30분 전에 미리 가 먼저 와 있는 임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격식을 꺼리는 구 회장의 엘리베이터 정전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한때 트윈타워가 정전이 되면서 8대의 엘리베이터 가운데 1대의 엘리베이터만 운행됐다. 구 회장은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서 직원들을 먼저 태우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에 올라갔다.

◇고객 가치와 정도 경영= 구 회장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객가치 경영’과 ‘정도 경영’이다. 구 회장은 창업 때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고객가치의 경영철학을 앞으로도 경영의 핵심 가치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구인회 창업 회장은 화장품, 플라스틱, 치약, 세탁기, 냉장고 등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며 고객 삶의 가치 증대에 기여해 왔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0년 LG의 창업이념이던 ‘인화단결, 연구개발, 개척정신’을 승화시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재정립하면서 LG의 고객경영을 체계화했다.

구본무 회장은 2005년 고객가치 경영을 토대로 LG 고유의 기업문화인 ‘LG웨이’를 제정, 반포했다. LG웨이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행동양식인 ‘정도경영’으로 실천해 ‘일등 LG’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LG그룹은 중소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LG의 동반성장은 단순히 중소기업 지원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미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강한 정도 경영 실천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평소 “LG에는 협력회사와 갑·을 관계가 없다”, “LG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라”, “LG는 기술 및 교육 지원 등을 통해 협력회사가 튼튼한 사업 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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