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의 경제학]취업준비로 2년간 2100만원 써… 돈없인 입사도 못해

입력 2013-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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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씨의 지출내역 따져보니…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직장인들이 떳떳하게 쉴 수 있는 휴일인 ‘노동절’ 아침이 김모(29)씨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서른을 바라보며 친척집에 얹혀사는 김씨는 이날도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다. 4500원으로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당까지 오늘은 문을 닫아 돈을 더 쓰게 생겼다.

그는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직장인이 아닌, 너무나도 일이 하고픈 2년차 청년 백수다. 스펙 쌓기에만 수천만원을 쓰다보니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난 지 오래다. 돈 없으면 취업 준비도 힘든 대한민국, 이것이 바로 청년 백수들의 현실이다.

◇수천만원을 써야 직장인이 될 수 있나요? = 지방국립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현재 서울에 올라와 친척집에서 거주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졸업한 지 2년째에 접어들자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대한민국은 이제 ‘돈’ 없으면 취업 준비도 못하는 ‘입사 전쟁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하는 건지, 취업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지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김씨는 서울로 올라오기 전 부모님께서 주머니에 쑤셔 넣어 주신 쌈짓돈은 다 써버린 지 오래다. 단기 알바도 모자라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받으며 연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취업을 위해 쏟아부은 돈만 해도 무려 2100여만원에 달한다.

우선 수개월간 오전에는 토익(15만원)과 스피킹 학원(17만원), 오후에는 자격증 학원(60만원) 등을 다니며 학원비만 매달 100만원 가량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차비, 밥값은 물론, 교재비, 시험 응시료 등을 보태면 웬만한 직장인 월급 수준에 달한다. 전공이 공대인 김씨에게는 관련 기사 자격증도 필수다. 화공기사. 수질환경기사 자격증 학원은 과목당 60만원으로 두 과목을 동시에 들을 경우 월 120만원이 학원비로 들어간다.

김씨는 모교가 서울에 있지 않아 도서관보다는 주로 집 근처 카페에서 공부하다 보니 매일 들어가는 커피 값도 ‘가랑비에 옷 젖듯’ 은근히 부담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너무나도 높아진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해 이 모든 스펙은 기본이고, 해외 어학연수나 봉사활동을 쌓기라도 하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든다. 김씨 역시 2년 전 졸업과 동시에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3500만원가량 썼다.

이 같은 현실은 대한민국 취업 준비생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욕심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으며 그렇다고 투자 대비 합격이 보장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에게 닥친 현실이다.

◇대기업 취업 트렌드는 ‘8종 세트’= 최근 들어 취업 ‘8종 세트’라는 용어가 생겼다. 8종 세트는 과거 회자되던 취업 5종 세트(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에서 봉사, 인턴, 수상경력까지 포함한 것을 뜻한다. 취업 경쟁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취업 준비생이 갖추어야 할 자격 항목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한 것.

이 가운데 수상경력을 쌓기 위해 공모전에 따라 투자되는 비용도 학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 일부 학생은 지원 분야에 따라 다양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는 추세다. 자격증 을 취득하기까지 학원 수강은 물론 시험 응시료, 교재 구입비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국사 관련 자격증도 유행하고 있다.

또 많은 여성들이 면접 이미지를 위해 스케일링, 미용실 이용, 피부 마사지 등을 받고 있어 취업 시즌에는 ‘대한민국은 외모 지상주의’라는 오명까지 이어진다. 일부 취업 준비생은 남녀를 불문하고 성형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요즘 들어 대기업들이 응시자들의 일명 ‘묻지마 지원’을 사전에 막기 위해 지원자들에게 다양한 현장 미션을 부여하고 있다. 일례로 유통업계 지원자들은 백화점, 마트 등을 방문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취업 장수생, 비용 줄이기 안간힘 = 취업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돈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다 보니 2~3년 이상 취업 준비를 해온 일명 ‘장수생’들은 돈 안쓰며 취업을 준비하는 갖가지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이들 대부분은 토익 고득점(900점대 전후)과 관련 자격증을 따놓은 상태로 토익 유효기간 2년까지는 여기에 드는 비용은 고정비에서 제외할 수 있다. 단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시험을 보거나 토익스피킹에 집중하고 있는 정도다.

게다가 자기소개서 작성 학원을 다닌 것도 모자라 수백번가량 쓰고 고치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해 줄 정도다. 이들 역시 짧은 시간 내에 취업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 작성, 인적성 시험 대비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수업(30만원)에 등록하는 등 학원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오래 준비하다 자연스럽게 중견·중소 기업으로 목표를 전향하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다방면에 걸친 투자를 해온 장수생들은 관련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베테랑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취업을 빨리 하는 게 가장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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