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보시라이 사태가 남긴 것-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09-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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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살인과 음모 그리고 불륜과 의혹. 부정부패까지.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의 광고가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보시라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중국 정계의 치부다.

결과는 무기징역이었다. 전문가들은 15년형 정도로 예상했지만 중국 법원은 보시라이의 정치적 회생 가능성마저 싹을 잘랐다.

한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기도 했던 보시라이는 이렇게 무너졌다.

사정의 칼날은 이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낸 저우융캉에 맞춰지고 있다.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사안을 직접 챙길 정도로 그에 대한 당국의 사정 의지는 강력하다.

저우융캉이 보시라이와 같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면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인 석유방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거대 정유사 페트로차이나의 거래업체인 밍싱전람의 허위잉 부총재가 쓰촨성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밍신전람은 대형 석유기업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석유방의 대표인물이자 최근 조사를 받고 있는 궈융샹 전 쓰촨성 부성장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시 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은 전국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공산당이 기율위 사이트를 통해 20일 동안 접수한 부패 제보만 1만5000여건이 넘을 정도다.

시 주석은 최우선 정책 과제로 부패 척결을 내세웠지만 여기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과연 진정한 부패 척결을 위한 행보인가라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보시라이 재판을 앞두고 제기된 쿠데타설도 중국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가 충칭시 당서기 시절 벌인 ‘범죄와의 전쟁’에서 처벌 받았던 후베이성의 기업인 쉬충양은 중국 당국에 중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시라이의 친척이 연락해 시진핑 정권이 곧 무너지고 보시라이 세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시라이에 대한 부정적인 증언을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발언은 보시라이가 정상적으로 상무위원에 진입했을 경우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했다.

보시라이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를 단순히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장쩌민파로 분류되는 중문매체들은 ‘보시라이가 억울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 역시 보시라이 재판에 대해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이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보시라이가 받았다는 뇌물 액수라고 해봐야 지방관리들이 받은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필요 이상의 중죄로 다스렸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회복을 놓고 말들이 많지만 중국의 진정한 뇌관은 정치다.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력과 실용주의적 경제 정책을 결합해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이 과정에서 공청단파와 태자당·상하이방 연합세력은 끊임없이 충돌했다. 보시라이 사태는 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누린 중국의 내부 문제가 곪아 결국 터진 것과도 같다.

중국은 방대한 영토에 과거 경험하지 않았던 자본주의를 접목하고 있다. 중앙집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정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해 서양의 일부 언론은 보시라이 사태를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 정계에서 목격한 가장 큰 ‘균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국의 불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 정계에는 보시라이 사태를 넘어서는 권력투쟁 쓰나미가 올 수 있다. 시리 시대를 맞은 중국의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공산당의 지도력이 손상된다면 중국의 경제는 물론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가는 한국이 중국의 권력 투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보시라이 사태를 보도하며 중국의 정치 상황을 로마 시대 율리우스 카이사르 살해에 비유할 정도로 잔혹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안토니우스와 브루투스는 누가 될 것인가. 곰곰이 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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