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벤처 창업의 가치

입력 2013-09-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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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한국의 최대 위협은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 가는 국가 성장동력이다.” 세계 1위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멈춰버린 한강의 기적’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전 세계 60개국 기업가 정신 비교 연구기관인 GEM의 보고서는 2만 달러 이상의 경제성장은 기업가적 창업에 기반한다는 명백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두 가지 보고서를 합치면 ‘기업가적 창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이 제2 한강의 기적으로 가는 길’이라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경영학의 구루인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2000년 한국은 분명 세계 최고 기업가 정신의 국가였다. 청년들 50%의 꿈은 창업이었고, 벤처인은 신랑감 1위로 꼽혔다. 1997년에서 2001년 사이 창업한 벤처들이 지금 416개 1000억 매출 벤처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50%에 달하던 청년 벤처 창업 희망자는 이제 3%로 축소돼 기업가 정신 OECD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벤처는 결혼하기 어려운 직업군이 되었다. 지난해 1000명의 소호협회 청년 의식 조사에서 60%는 공공직을, 30%는 대기업을, 7%는 자영업을 미래 희망 직업으로 손꼽았다. 올해 조사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27만명이 응시했다. 대학 졸업생 50여만 대비 55%가 넘는 놀라운 수치다. 이제 직업 선택의 1순위는 도전이 아니라 안정이 되어 드러커 교수는 틀리고 매킨지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면 ‘국가 성장을 위한 소는 누가 키우는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창업만이 국가의 미래 성장을 보장받는 길이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 이사장인 칼 슈람의 말이다. 창업이 사라진 국가는 늙어 가는 국가다. 한국의 창업을 활성화시킬 창업자 연대보증 해소와 크라우드 펀딩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창업이 모두 같은 창업은 아니다. 생계형 창업과 기업가형 창업은 완전히 구분되어야 한다. 역시 GEM의 연구 결과를 보면 후진국은 생계형 창업이, 선진국은 기업가형 창업이 주도한다. 그런데 한국의 생계형 창업은 OECD 최고 수준이고, 기업가형 창업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 현재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도전의 꿈을 키우기보다는 안전한 스펙을 쌓는 것이 대학생들의 삶의 목표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청년들이 벤처 창업에 도전하게 할 것인가?

여기서 창업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생계형 창업이 벤처 창업보다 더 빨리 망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의 5년 생존율은 무려 60%가 넘는데 반해 음식업 등 자영업은 30%가 안 된다. 도전적 벤처의 생존율이 두 배 이상 높은 동시에 성공 시 대박이 가능하다.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은 70억원인 반면 자영업의 평균 매출액은 1억원 수준이다. (사)창조경제연구회에서 생존율과 매출 성장율 그리고 부가가치율을 바탕으로 조사한 창업 기업의 미래 기대값은 벤처의 경우 100억원에서 250억원 사이로 추산되는 반면, 자영업의 경우 마이너스 값으로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해 벤처 창업은 강력히 권장하고 자영업 창업은 소수 정예화해야 한다는 것이 창업 정책의 요약이다.

그런데 GEM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퇴직자 창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청년 창업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으로 생계형 자영업 창업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60%가 월수입 100만원 이하에 허덕이다 5년 내 80% 이상 문을 닫는다. 대표적 중산층의 몰락 요인이다. 반면 청년 벤처 창업자들은 자금난에 허덕인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대안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퇴직자들이 생계형 창업 대신 벤처 창업에 소액 엔젤 투자를 하도록 물꼬를 터주면 된다. 덤으로 퇴직자들의 경험이 청년들에게 전수되면서 세대 갈등 해소도 기대된다.

벤처 창업이 만 개 이뤄지면 적어도 100조원의 미래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임을 보고하면서 매킨지를 극복해 드러커 교수의 믿음을 되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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