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의 시행령(초안)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범위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의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회의는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 초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으로 정하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서 이뤄지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기업 옥죄기’를 이유로 시행령에서 규제 강도를 대폭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상장사 40% 이상, 비상장사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재계의 요구인 ‘50% 이상’ 수준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안에 따르면 상장사 30곳, 비상장사 178곳 등 총 208개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나 ‘상장사 40%·비상장사 30% 이상’으로 조정될 경우 규제 기업 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통틀어 6개 기업이 줄어들게 된다. ‘50% 이상’으로까지 완화되면 규제 기업은 208개에서 129개로 대폭 축소되고,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인 현대글로비스와 삼성에버랜드 등이 빠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방지를 위해 금지한 거래 유형에서 제외되는 요건도 크게 완화해 정상 가격과의 차이가 20% 미만이거나 분기 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를 빼도록 요구 중이다. 공정위 안은 정상 가격과의 차이가 10%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는 시행령 초안에서 규제 대상 거래를 내부거래 비중 10%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정했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이를 각각 20% 이상, 200억원 이상으로 높여 규제 대상을 더 좁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요구에 따라 당정 협의에 착수했지만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누리당이 지난 6월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을 처리하면서 시행령 제정 시 국회와 협의할 것을 주문하긴 했지만, 시행령 제정 권한은 사실상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정위는 당초 유력하게 검토하던 ‘20% 이상’ 대신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으로 규제 범위를 다소 완화해 시행령 초안을 마련한 상태였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관계자도 “국회에서 시행령을 두고 왈가왈부할 순 있어도 바꾸라고 강요할 권한은 없다”면서 “우리가 반대해도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