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구호품 받던 아이 ‘키다리 아저씨’로

입력 2013-09-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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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방글라데시 어린이 11명 후원하는 최영문씨

▲최영문씨와 그의 가족은 지난달 후원 아동인 니콜을 만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필리핀으로 봉사여행을 다녀왔다. 필리핀을 방문한 최씨(왼쪽) 가족과 후원 아동 니콜(왼쪽 다섯번째)의 가족.

“제가 후원하기로 한 아이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죠. 사진 속 아이는 잔뜩 긴장하며 후원자에게 보낼 사진을 찍었던 제 어릴 적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

구호품을 받던 가난한 꼬마가 30년 만에 은혜를 갚아 화제다.

9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에서 문구도매업을 하는 최영문(48)씨와 그의 가족은 2009년부터 필리핀·방글라데시 어린이 8명과 국내 보육원 ‘향진원’ 어린이 3명 등 11명의 양육비를 매달 후원하고 있다.

그가 컴패션과 향진원을 통해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어린 시절 이들 기관과 맺은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이던 1970년대 중반 넉넉지 않았던 집안 형편 탓에 그는 한 달에 한 번 향진원에서 옷과 신발 등 생필품을 후원받아 생활했다.

당시 한국은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컴패션은 향진원을 통해 인천지역 아동을 후원했다.

최씨는 “난생 처음 카메라 앞에 앉아 미국의 후원자에게 보낼 사진을 찍고 편지도 쓴 기억이 난다”며 “매년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는 미국의 후원자로부터 선물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국인의 후원은 최씨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는 꾸준한 지원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 교육까지 마칠 수 있었다.

세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과거 컴패션을 통해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준 미국인을 뒤늦게 찾아나섰다. 그러나 자료가 사라져 확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인 후원자와의 만남은 포기해야 했지만 최씨는 대신 어린 시절 자신처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30여년 만에 컴패션과 향진원을 찾은 그는 국내외 아동 11명을 후원하기로 약정했다.

과거 얼굴도 모르는 미국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최씨가 나름대로 자신이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방식이었다.

최씨 가족은 지난달 후원 아동인 니콜을 만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필리핀으로 봉사여행을 다녀왔다. 니콜과 그의 선생님을 만난 이들 가족은 자신들의 기부가 한 어린이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컴패션 관계자는 “외국인의 후원을 받은 수혜자가 고마움을 갚으려고 다른 아동을 후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원조를 받은 기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가족 모두 후원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매우 감동적인 일”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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