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복지급여 개편] 신규 수급자 생기지만 최저생계비 보장 미지수 ‘양날의 칼’

입력 2013-09-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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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초법 사각지대 축소는 긍정적… 부양의무 기준 개선 혜택은 극소수

▲정부가 탈빈곤의 유인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개별급여'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빈곤층 수급자의 급여 혜택이 줄거나 사각지대가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 쪽방촌의 모습. 뉴시스
#. 쪽방촌 주민 나모(56·남)씨는 현재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계비 36만원, 주거비 8만6000원을 받고 있으며 장애수당으로 3만원까지 총 47만6000원 소득으로 한 달을 살고 있다. 나 씨는 20일 수급비를 받으면 먼저 방세 22만원을 제하고 식료품비, 공과금, 전화요금, 담뱃값 등 생활비로 쓰고 나면 저축할 돈도 없다.

주거비로 8만원이 주어지지만 실제 방세는 22만원이라 생계비까지 합쳐 수급비의 절반을 방세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수급비가 너무 적어 생계가 어려워진 나 씨는 몸은 아파도 주변 몰래 고물을 주워 고물상에 팔곤 했다. 하지만 이것도 주변의 신고로 몇 번을 동사무소에 불려가 일한 만큼 수급비가 깎일 수 있다는 통보만 받았다.

현재까지 정부 계획을 보면 새로운 기초보장제도가 시행될 경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사각지대가 축소될 수 있고 탈수급의 유인책이 마련되며 가난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외됐던 가구가 신규 수급자 가구로 추가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급자의 급여가 줄거나 최저생계비가 사라져 권리성 급여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매우 소규모의 대상만 수급자로 포함될 뿐 상당수의 비수급 빈곤층은 여전히 정책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급여의 기준은 복지부 장관 재량?=개정안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계측을 하지않고 빈곤실태조사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해놓았다.

이렇게 되면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측은 “현재는 최저생계비 결정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에서 의결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공표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 및 개별급여 소관 장관에게 전속시킴으로써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예산의 편의에 맞게 재량을 갖고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편안에는 생계급여의 경우 중위소득의 30%선으로 상대적 방식에 의해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돼 있는데 법에 일정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않게 된다면 향후 급여수준과 선정기준을 임의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여전히 문제=부양의무자 기준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약 117만 명에 달해 폐지돼야 할 독소조항으로 지적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부양 여부와 무관하게 수급자 선정과 급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급자가 된다 하더라도 부양의무자 소득의 일부가 수급자 소득으로 ‘간주’돼 수급자의 급여에 반영된다.

또 개정안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부분을 대통령령으로 해 사실상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보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빈곤 수급자 혜택, 더 줄어들 수도=계획대로 급여를 분리했을 때 우려되는 것은 수급자나 극빈계층의 입장에서 현재보다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허선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편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현 시스템에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있던 것일 뿐이다”라면서 “오히려 현행 시스템 상에서 비수급 빈곤층에게 개별급여를 실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ㆍ체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별급여는 나쁜 개별급여가 있고, 착한 개별급여가 있는데 기존 두 개를 받던 사람이 한 개를 받게 되는 것이 나쁜 개별급여”라면서 “나쁜 개별급여보다는 착한 개별급여를 지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의 빈곤층이 하나의 급여라도 받는 경우, 사회안전망의 테두리 내에 진입하게 되고 추가적 복지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연간 약 2조원의 추가재원은 전체 사각지대 규모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거바우처 도입방안 ‘불분명’=정부의 주택바우처 도입안을 살펴볼 때 선정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보장기준(급여선)도 사실상 현실임대료와는 많은 차이를 보여 과연 주거안정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현행방식과 차이가 없고 금액차이가 날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급여신청을 비롯해 변경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어디에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급자 선정 과정 중 월세나 전세 인상분 공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수급자 가구에 최저주거기준에 부합하는 주거를 실제 제공할 수 있는 주택 수요공급에 나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와 월세자 간에 극심한 혜택의 불평등 문제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수급자의 혜택보다는 임대사업자들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돼서는 안 되며 극빈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도입 등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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