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낀 물가 상승세는 정부 공식집계의 4배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 폭등, 우윳값·택시요금 인상, 무상복지 축소 등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산재한 만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8월13일~19일 전국 성인남녀 1천15명을 조사해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5.4%에 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1.3%의 4.2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5.2%)보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5.7%)에서 체감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게 나왔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체감물가는 지난해 8월에도 5.0%로 공식 물가상승률(1.2%)을 크게 웃돌았다. 지표상의 물가와 체감적인 물가가 괴리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생활과 관련한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령, 소비자물가는 2010년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8.5%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의류·신발 물가는 11.7%, 식료품·음료는 16.4%, 주택·수도·전기·연료는 14.0%씩 치솟았다.
현재 소비자물가를 산정할 땐 5년마다 품목·가중치를 바꾸는데,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가구의 소비구조를 반영하기엔 5년이란 기간이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 폭등 뿐 아니라, 소비자와 밀접한 각종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30일부터 우윳값을 리터(ℓ)당 220원 인상했다. 서울의 택시요금은 10월 중 500~700원씩 오를 예정이다. 경기도에선 지표 물가상승률을 0.1~0.2%포인트(전국) 끌어내렸던 무상급식을 내년부터 중단할 계획이다.
이미 일반인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1년 뒤의 물가상승률 예측치)은 8월에 다시 3%대(3.0%)로 상승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 지표물가만으로 정책을 펼치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체감물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통계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