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강봉균 “추진력 잃은 경제… 이젠 바꾸자”

입력 2013-08-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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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근로자 확대, 주택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 서비스 산업의 규제 축소 등을 제시했다.

강 전 장관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투데이 주최로 열린 ‘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노동력 공급·자본투자·생산성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정부를 향해선 복지공약 이행의 속도를 조절하고 재정금융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건전재정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6ㆍ17ㆍ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 전 장관은 정치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회의 여야 대결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전 장관의 발제문을 요약한 것이다.

◇경제부문… 노동력 공급·자본투자·생산성 향상으로 성장 잠재력 저하 막아야 = 한국경제가 1960~80년대에 ‘한강의 기적’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연평균 8~10%대의 고도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장률은 점차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겪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3%를 넘지 못했고, 지난해 2.0%에서 올해 2.5%로 저성장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원인은 잠재성장률 결정의 3대 변수인 노동력 공급, 자본투자, 생산성 향상이 모두 약세로 돌아선 탓이다.

우선 노동력 공급확대를 위해 출산율 제고를 위한 사회 인프라 투자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촉진, 외국인 근로자 확대와 과감한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자본투자 확대 대책은 가계저축률 향상과 외국인 투자유치, 주택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기업의 국내 설비투자 적극 지원 등이다. 생산성 증가를 위해선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화 △서비스 산업의 규제 축소 △노동시장의 2중구조 해소 △창조경제의 금융 활성화 등을 기해야 한다.

이 방안들은 미시적 구조개혁 대책으로, 이러한 대책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시장에 돈이 돌게 하는 거시적 재정금융 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재정의 경기활성화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 재정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금융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대선 복지공약 추진에는 무조건 약속을 지키겠다는 자세보다는 증세와 복지확대 속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색해나가는 고통스런 과정이 필요하다.

이 합의는 임기 초에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 경제 상황과 재정 형편을 봐가면서 복지예산을 늘려가는 단계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복지프로그램의 조정 방식에는 △보편적 복지를 맞춤형 복지로 출발하는 방법(기초노령연금이나 대학생 반값등록금, 고교 의무교육에 따른 무상교육비, 4대 중증질환치료비 지원 등을 소득계층별로 차등화) △보편적 복지 이행의 속도조절 방법 △복지프로그램의 시작 연도를 조절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변혁기에 박근혜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재정적자 요인에 대비할 건전재정기반을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예산낭비 요인을 먼저 제거하고 약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족분은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감수하는 도리밖에 없다. 내년 예산편성에서도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의 도입은 수혜 대상을 줄이는 맞춤형 복지로 출발하고, 지역개발 공약사업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확대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한·중·일이 주축이 되고 아세안, 몽골까지 포괄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는 우리나라가 주도할 만한 일이다. 한·일 간의 경제협력관계, 한·중관계의 심화 추세를 토대로 중·일 간의 교량 역할을 담당해서 한·중·일 FTA체결, 한·중·일 통화스와프 등 손쉬운 일부터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면 북한을 참여시키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정치부문… 분권형 대통령제·정당의 민주화 실현해야 = 정치민주화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이후 2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대통령이 인사권이나 공권력 행사를 정치 중립적으로 하고 있는가의 문제부터 행정부와 국회의 갈등, 정당 운영의 비민주성 등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정치는 경제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으며, 한국정치의 경제발전에 대한 역기능은 모든 정치 활동이 선거에 도움되는지, 정권쟁취에 도움되는지 여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정치의 개혁 방안으로는 먼저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와 국무총리 등 헌법기관들에 분산시켜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회의 여야 대결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지 않은 현행 헌법 하에선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면 제청권을 법률로 보장하고, 공권력 행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4대 권력기관 장과 공정위원장의 임명 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며 대통령의 임기 보장의무를 법에 명시할 수 있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제도를 보완해 개인적 하자심사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청문회는 공개로 하되 그 결과는 표결 절차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장, 외교관, 군장성 중 주요인사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대통령의 일방적 임면권을 제한하는 한편, 감사원은 국회 소속으로 이관해 행정부에 대한 독립적 감사기능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

의회정치 민주화는 정당의 민주화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정당의 민주화는 당 지도부의 권한을 축소해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 활동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당공천권은 국회의원이나 광역자치단체장을 막론하고 당원에게 돌려주겠다는 지금까지 반복돼온 약속이 지켜지도록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

국회의 국정감사 활동은 감사원이 조사한 구체적 정보를 토대로 실시해 회계부정을 비롯한 정책과오 사항이 국회를 통해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예산심의 절차도 개선해 복지확대라는 정치적 욕구를 재정건정성 유지와 병행시키기 위해 대통령 임기 동안의 중기재정계획을 국회에서 심의·의결토록 해야 한다. 행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중기재정계획을 토대로 익년도 예산을 편성해 국회심의를 받고, 국회는 중기재정계획을 심의·의결하면서 재정준칙이 적용되도록 제도화해 국가부채를 관리하도록 한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를 상설기구로 해 국가예산집행, 세법개정 등에 관한 정책 청문회도 상시화하도록 한다.

상임위의 경우 정책 청문회를 활성화해 국정 전반에 관한 국회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여론주도 기능을 살려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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