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1년 발굴한 신라시대 적석목곽분인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한 '환두대도(環頭大刀)'에서 '이사지왕(爾斯智王)'이라는 글자가 확인됐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이 3일 밝혔다. 통일신라 이전에 만들어진 신라 왕릉급 무덤에서 왕의 이름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이사지왕 명문은 '환두대도(고리자루큰칼)' 칼집 금동장식 부분으로 앞면에 '이사지왕' 뒷면에 '십' 앞면 상단에 '이'가 선으로 새겨져 있다.
명문은 신라사 연구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금관총이 '이사지왕'이라 불린 신라인의 무덤이라면 1921년 금관총이 발굴된지 92년 만에 피장자가 확인되는 셈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러나 '이사지왕'이란 명문이 다른 금석문이나 문헌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는 어떤 왕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까닭에 '이사지왕'이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기록한 신라왕과는 다른 고위 권력자가 사용한 칭호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 냉수리 신라비(503)에 보이는 '차칠왕등'과 같은 기록을 통해 왕(마립간)이 아닌 사람도 왕으로 불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송의정 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이사지왕이라는 글자를 적은 유물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것이 이 무덤이 그가 묻힌 곳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면서 "예컨대 그의 부인 무덤일 수도 있고, 이사지왕에게서 하사받은 칼을 누군가의 무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