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원→신동엽 출격하는데⋯딜레마 빠진 '지상파 시상식' [엔터로그]

입력 2025-12-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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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가수 이찬원(왼쪽), 방송인 신동엽. (출처=티엔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가수 이찬원(왼쪽), 방송인 신동엽. (출처=티엔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연말이 가까워지면 방송가는 자연스럽게 분주해집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대상 후보 발표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고 연말 편성표도 본격적으로 '축제 모드'에 들어가는데요. 한 해 방송 성과를 총정리하는 상징적인 이벤트, '연기대상', '연예대상'이 이 시즌의 핵심입니다. 누가 트로피를 거머쥘지를 두고 시청자들의 추측과 기대가 이어지죠.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 분위기도 사뭇 다릅니다. 대상 후보 발표 소식이 들려오는데도 예전만큼의 설렘은 느껴지지 않고, 누가 받을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딱히 받을 사람이 없다'는 탄식이나 특정 인물의 '반복된 독주'만 예상되곤 합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말을 확인하는 행사처럼 보인다는 자조도 나오죠.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방송사들의 속내도 그리 편치 않습니다. 시상식을 매년 개최하면서도 '대상'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지켜야 하는 상황. 축제는 계속되는데, 박수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아이러니가 바로 고민의 이유입니다.

▲'2025 SBS 연기대상' 2차 티저 영상. (사진제공=SBS)
▲'2025 SBS 연기대상' 2차 티저 영상. (사진제공=SBS)

KBS·MBC·SBS…올해 시상식 일정은?

올해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은 20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건 20일 'KBS 연예대상'인데요. MC는 이민정·이찬원·문세윤이 맡습니다. 대상 후보로는 김숙, 김영희, 김종민, 박보검, 붐, 이찬원, 전현무가 이름을 올렸죠.

MC이자 대상 후보로 출격하는 이찬원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이찬원은 지난해에 이어 KBS '불후의 명곡',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맹활약한 건 물론 9월 정규 편성된 '셀럽병사의 비밀', '어디든 가요', '뽈룬티어' 등 다수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역대 남자 개인 최연소로 'KBS 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쥔 그가 올해도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죠.

KBS는 31일엔 '2025 KBS 연기대상'을 개최합니다. MC로는 장성규·남지현·문상민이 호흡을 맞추는데요. 대상 유력 후보로는 '은수 좋은 날'에 출연한 이영애,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안재욱, 엄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죠.

MBC는 29일 '2025 MBC 방송연예대상', 30일 '2025 MBC 연기대상' 등 이틀 연속 시상식을 편성합니다. '방송연예대상' MC는 전현무·장도연·키가 맡았고요. '연기대상'은 김성주·이선빈이 진행하죠.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는 이세영·나인우(모텔 캘리포니아), 서강준·진기주(언더커버 하이스쿨), 이선빈·김영대(달까지 가자), 강태오·김세정(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등이 이름을 올려 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30일 방송되는 '2025 SBS 연예대상'에서는 전현무·이수지·차태현이 MC를 맡았는데요. 공식 대상 후보는 아직 발표 전이지만,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등 수년간 사랑받은 장수 예능과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 '우리들의 발라드' 등 신작 예능이 맞붙을 예정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2025 SBS 연기대상'이 베일을 벗습니다. 신동엽·채원빈·허남준이 진행하는 SBS '연기대상' 대상 후보는 총 5명인데요. 배우 고현정('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한지민('나의 완벽한 비서'), 윤계상('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이제훈('모범택시 3'), 박형식('보물섬')이 트로피를 놓고 경합합니다.

▲방송인 전현무가 '202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출처= '2024 MBC 방송연예대상'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MBCentertainment')
▲방송인 전현무가 '202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출처= '2024 MBC 방송연예대상'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MBCentertainment')

시청률 부진→화제작 부재…지상파의 딜레마

아쉬운 점은 연말 시상식이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로 기능하던 시절이 까마득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지상파 3사 시상식은 화려한 라인업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요. 3~4%대의 시청률은 둘째 치더라도 수상 결과를 두고 잔잔한(?) 분위기가 연출됐죠. '놀랍지 않은 수상자'로 별다른 화제성을 낳지 못한 겁니다.

'연예대상'이 특히 그랬습니다. 지난해 MBC, SBS의 '연예대상' 수상자는 각각 전현무, 유재석이었는데요. 두 MC가 뛰어난 진행 실력과 위트를 자랑한다는 데엔 이견이 갈리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수차례 대상 트로피를 안은 바 있죠. 다만 매년 연말이 되면 유력 후보의 윤곽이 일찌감치 그려지고, 시상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방송가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상파 3사의 예능이 과거와 같은 '국민 예능' 급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디어와 시청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는데요. 우선 TV에서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유튜브 등으로 시청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TV로 실시간 시청을 하는 인구 자체가 급감하면서 20~30%의 '찬란했던' 시청률 기록은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죠.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더라도 본방송 시청률은 2~3%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법에 따라 규제도 받습니다. OTT와 유튜브 예능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재와 '날 것'의 화법으로 젊은 시청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죠. 도파민에 익숙해진 대중의 눈높이에 지상파의 '착한 예능' 문법은 다소 심심하고 낡은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화제작 부재입니다. 방송사들은 실패 확률이 높은 새로운 기획보다는 고정 시청층이 확보된 관찰 예능이나 장수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방식을 이어오게 됐는데요.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2049 시청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했고, 여기에 스타 PD들의 이적과 톱스타들의 유튜브 행(行)까지 겹치면서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역량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굳어지게 됐죠.

'연예대상'의 달라진 위상 역시 이러한 콘텐츠 위기를 방증합니다. 한 해를 관통하는 압도적인 흥행작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방송사들은 '공동 수상'과 '쪼개기 시상'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지만, 이는 되려 트로피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악수로 작용했죠. 대중이 납득할 만한 '이견 없는 대상'은 사라지고, 내부 공로를 치하하는 '집안 잔치' 성격이 짙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연말 시상식에 열광하지 않게 된 겁니다.

이 같은 우려는 올해도 나옵니다. '올 한 해를 대표한 드라마'로 운을 띄우면 '폭싹 속았수다', '오징어 게임 2·3', '폭군의 셰프' 등이 떠오르는데, 모두 지상파 작품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나 tvN 같은 OTT,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작품이죠.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한해 방영된 평일 미니 시리즈들 중 시청률 10%를 돌파한 작품은 6편인데요. 이 가운데 2편이 '폭군의 셰프', '협상의 기술' 등 비지상파 작품입니다. 이를 제외한 4편은 모두 SBS에서 나오면서 KBS, MBC가 체면을 구기기도 했죠.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대상 뽑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2019 SBS 연예대상'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
SBS Entertainment')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대상 뽑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2019 SBS 연예대상'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 SBS Entertainment')

여전히 회자되는 김구라의 일침

이렇다 보니 매년 이맘때면 단골 레퍼토리처럼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차라리 지상파 3사가 모여 시상식을 진행하자"는 주장입니다. 쪼개기 시상으로 권위를 떨어뜨릴 바에야, 방송 3사가 힘을 합쳐 후보군을 넓히고 '백상예술대상' 같은 통합 시상식을 만들자는 취지죠.

같은 맥락으로 방송인 김구라의 6년 전 작심발언도 매년 회자됩니다. 김구라는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후보 8인 중 한 명으로 뽑힌 뒤 인터뷰에서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대상 뽑아야 한다. 이제 바뀔 때 됐다"고 일침을 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에 플랫폼별 칸막이 시상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정체성'입니다. 연말 시상식은 방송사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높은 광고 단가가 보장되는 효자 콘텐츠이자, 한 해 동안 고생한 자사 인력과 출연진을 챙기며 채널 충성도를 다지는 내부 행사의 성격도 짙습니다. 주도권이나 수익 배분 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3사가 손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죠.

시청자의 셈법은 간단합니다. 재미있으면 보고, 없으면 떠납니다. '줄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드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지상파의 연말 시상식은 머지않아 시청자 없는, '그들만의 파티'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트로피의 권위'는 화려한 무대나 참석자 라인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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