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카드 막으려 일하는 게 아닌데

입력 2013-06-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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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같은 돈인데도 공돈 같은 돈이 있다. 넣어 두고 잊어버렸는데 무심코 발견한 비상금도 그렇고, 빌려 주고 받기를 포기했는데 돌려받은 경우도 그렇다. 그런 돈은 한마디로 쉽게 쓰게 된다. 우리는 경제적인 회계장부 외에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 ‘마음의 회계’, ‘심리계좌(mental accounting)’라 한다. 출처나 사용처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이고 다르게 취급하는 돈이다. 이런 모습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잘 나타난다.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손에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돈을 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씀씀이가 헤퍼져 소비 수준이 높아진다. 내기에서 딴 돈이나 노름으로 번 돈도 마찬가지다. 늘 따는 사람이 매월 카드대금에 허덕인다. 월급으로 받은 돈이라면 쉽게 쓰지 못할 것이다.

돈의 ‘심리계좌’에 따라 그 중요성이 다르고 소비성향도 달라진다. 사례가 더 있다. 빚이 있는데도 저축은 하고 싶어 한다. 아무리 높은 예금이자율도 대출이자율보다 높지 않은데도. 보너스는 매월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연말에 한꺼번에 주면 대부분 써버린다. 연말정산하면서 환급해 주는 세금은 거의 공돈 분위기다. 실은 그거 자신이 미리 낸 돈 이자도 없이 받는 것이다. 10만원 짜리 물건을 5만원에 사면 과연 5만원 이익일까. 필요 보다 ‘싸게 사는’ 할인 때문에 백화점 가는 주부들 많다. 과외를 해서 10만원씩 10번 받는 경우와 100만원을 일괄 받는 경우 10만원은 쓰게 되고 목돈은 저축하는 경우가 많다. 또 현금으로는 사지 못할 물건을 외상으로는 쉽게 산다. 우리나라 1인당 신용카드 거래 건수가 세계 최고다. 세율을 5% 감면해주는 것과 납부세금을 5% 환급해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 그러나 환급금은 거의 부수입 취급을 받는다.

저성장 경제가 도래했다. 저성장 사회에는 저소비가 제격이다. 저소비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대한 일관성을 갖는 것, ‘심리계좌’와 구체적 계좌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돈을 객관적 실체로 보면 돈은 그냥 돈이지 소중한 돈과 그렇지 않은 돈의 구별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상부터 줄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일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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