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정치적 민주주의의 요건- 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입력 2013-05-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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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꽃 피우고 있는 나라는 물론이고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국가들도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연 구 동독이나 현재 북한의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공산주의 국가들은 그들의 민주주의가 경제적 민주주의이며, 주된 관심은 국민들의 경제적인 복지에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민주주의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수단과 분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거나 집단적으로 소유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국가나 정부가 개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반하여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치적 민주주의로 불리며, 개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주된 목적은 개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개개인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두 개 이상의 정당, 정기적으로 열리는 선거, 자유로운 언론, 국민의 여론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는 정치지도자, 국민의 기본권 보장 같은 민주주의 특질들은 정치적 민주주의 하에서만 가능하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관련하여 유념해야 할 것은 다수결의 원칙이 다수의 의사만을 전적으로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 의사의 중요성과 함께 소수의 권리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비록 소수자들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함에 있어 다수에게 수적으로 약세라고 하더라도 소수자도 엄연히 존재하여 견해를 표출하고 다수자의 의견을 비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자에게 도전하여 그들 또한 다수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자유선거와 같은 민주 절차에 반영된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표권의 행사에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개개인은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그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정치학자 칼 백커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의 근본적 전제조건은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어떤 조건에서 꽃필 수 있을까? 왜 어떤 나라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어떤 나라에서는 퇴보하거나 답보 상태에 있는가?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에 비추어 보면 그 이유가 쉽게 드러난다.

자유민주주의가 꽃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잘 교육받은 시민과 민주주의 정신으로 다듬어진 시민정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중산층이 잘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의 부가 편중되지 않고 국민들에게 비교적 잘 분산되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그룹을 형성하여 정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회계급체제가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 요건들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처하기 위하여 대단히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소수자들은 공정한 민주주의 절차에 의하여 진행된 결과에 대한 패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수에 대하여 폭력과 혁명과 같은 급진적인 방법으로 도전하고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다수자들도 민주주의 절차를 통한 소수자들의 도전을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며 무엇이든 힘과 숫자로 밀어붙이는 일을 자행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이슈에 대하여 충분하고도 활기찬 토의가 있어야 하며,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의견을 표출할 때 이에 귀를 기울이고 존경과 인내로 바른 방향을 잡아 나가도록 쌍방 간에 마음을 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다양하고도 상충되는 개인과 그룹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는 한편 합리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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