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쌍용차 코란도C 시크…수동변속기의 짜릿한 손맛

입력 2013-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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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어별로 고무줄 튕기듯 경쾌하게 달려, 수동변속기 전용 트림 눈길

▲쌍용차는 수동변속기 전용 트림을 뒀다. 변속기에 맞춰 엔진을 손보고 옵션도 맞춰 넣었다. 덕분에 코란도C 전체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짧은 레버를 요리 조리 튕기며 가속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가속하다 기어를 바꿔 넣고, 다시 신나게 튀어 달리기를 반복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수동변속기의 짜릿함은 클러치를 밟는 발끝에서, 변속 레버를 움켜쥔 손바닥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진짜 남자는 수동변속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수동변속기는 요즘 말로 ‘레어 아이템’이 됐다. 한때 기본이었던 변속기가 이제는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만날 수 있게 됐다.

내 아이들이 운전을 할 때면 수동변속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사라져가는 수동변속기를 추억하면서 조금씩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6단 수동변속기는 현대위아가 쌍용차의 주문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제네시스 쿠페 수동변속기의 손맛과 다를게 없다.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차이는 ‘클러치’가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전자는 엔진과 변속기가 직접 클러치로 맞닿아 동력을 전달한다.

후자는 이 사이를 끈끈한 ‘유체’로 연결한다. 유체는 회전력을 100% 전달하지 못한다.

즉 엔진이 100번 돌아도 변속기는 절대 100번을 돌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연비가 불리하고 동력 손실도 존재한다.

쌍용차 코란도C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동변속기 전용 트림 ‘시크(Chic)’를 갖췄다. 등급별로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게 아닌, 수동변속기만 만들고 거기에 걸맞게 엔진 출력까지 조정했으며 옵션도 맞춰 넣었다.

그렇게 수동변속기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은 성공했다.

전체 판매에서 3%를 밑돌았던 수동변속기는 새롭게 트림이 나오면서 17%가까이 판매를 확대했다. 기존 판매를 잠식한게 아닌, 새로운 수요를 뽑아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전략이다.

돌덩이처럼 무거웠던 쌍용차의 클러치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 페달 위에 발을 살짝 올려놓고 가볍게 힘만 주면 클러치는 부드럽게 빨려 들어간다. 시프트레버를 1단에 넣고 발을 떼면 차는 가볍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솜털처럼 가벼운 클러치 페달 덕에 ‘교통정체’도 두렵지 않다.

▲데뷔 2년이 넘었지만 균형미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안정적인 디자인은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다.

수동변속기의 손맛은 딱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다. 현대차그룹의 부품기업 현대위아가 쌍용차의 주문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가벼운 클러치 페달과 각 기어단수마다 손쉽게 빨려들어가는 변속감은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에 모자람이 없다.

‘디젤차는 2단 출발’이라던 공식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승용차와 다를게 없는 디젤 엔진은 1단부터 4000rpm 가까이 가볍게 치고 올라간다.

6단으로 쪼개진 기어는 초기 가속에 중점을 뒀다.

1~3단까지는 변속이 바쁘고 3단부터는 회전수를 충분히 활용하며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각 기어마다 고무줄 당기듯 차체를 밀어내는 모습 때문에 슬며시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만난 수동변속기는 불혹에 접어든 나를 레이서로 만든다.

힐앤토는 될까? 발목이 꺽이면 아플텐데…. 내 발이 아직 더블클러치를 기억하고 있을까. 수동변속기를 타면서 밀려드는 수많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수동변속기를 얹었지만 클러치 페달이 가볍고 변속레버가 부드러워 '교통정체'가 두렵지 않다.

수동변속기로 엔진 브레이크를 과격하게 걸어보는 것도 재미다. 엔진에 무리를 줄이고 굴림바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 ‘더블 클러치’만 익히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레이싱에 필요한 입문 기술이기도 하다.

더블 클러치 기술은 간단하다. 먼저 △클러치를 밟아 시프트레버를 중립에 두고 △다시 클러치에서 발을 뗀 다음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원하는 엔진 회전수를 만들고 △이 회전수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재빨리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한 단수 내린 다음 △클러치를 떼면서 가속페달을 짓누르면 된다.

원리는 참 간단하다. 다만 이 모든 동작을 가볍게 물 흐르듯, 그리고 0.8초 안에 끝내야 제대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즘 레이서들은 더블 클러치 대신 ‘원 클러치 시프팅’을 쓴다나. 코너에서 회전수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힐앤토’는 SUV에게 방정 맞은 일이다. 그러나 레이싱 기초인 더블 클러치는 익혀서 나쁠게 하나도 없는 스킬이다.

▲수동변속기는 다양한 노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구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드라이빙 스킬은 필수다.

이렇게 엔진 브레이크에 익숙해지면 코너와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가 커진다.

코너를 앞두고 기어를 한 단수 내려 변속하면 제법 과격한 엔진 브레이크가 차체를 뒤로 ‘확’ 잡아끈다.

이때 차의 무게중심은 앞바퀴에 급격하게 쏠린다. 앞바퀴에 짓누르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셈이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렸던 회전 곡선을 고스란히 따라돌 수 있기도 하다.

익숙해지면 코너와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재미가 크다.

연비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주행 때 17km 안팎을 달리는 연비도 코란도C 시크의 장점이다. 최고출력 149마력의 힘좋은 엔진과 적절하게 맞물린 수동변속기 덕이다.

수동변속기는 차의 다양한 매력을 뽑아낼 수 있는 원초적인 장비다. 수입차 가운데 아우디의 초고성능 버전인 RS가 한때 수동변속기만 생산했다. 전설의 드리프트 머신인 토요타 86도 수동변속기가 더 인기다.

코란도C ‘시크’는 아무나 덤빌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디젤과 SUV 그리고 수동변속기의 매력을 이해하고 다룰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매력을 누릴 수 있다. 진짜 남자는 수동변속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바로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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