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일본 기업의 정년연장 대응-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입력 2013-05-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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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정년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 4월 23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정년과 연금개시 시기와의 공백을 메워 근로자와 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곧 다가올 생산연령인구 감소시대에 대비하며, 고령근로자에게 일하는 보람을 주는 등 고령화시대 대비책으로 필요한 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지불임금 증가가 큰 부담이다. 더구나 앞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뿐이 아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사기 저하, 생산성 하락 문제도 있고, 신입사원 채용도 어려워지는 세대간 갈등 문제도 있다. 정년연장 문제는 국가·기업·개인의 미래 설계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어려운 과제이다.

때마침 고령화 사회 선배격인 일본도 4월 1일부터 정년 65세를 의무화하는 ‘개정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했다. 모든 기업은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모든 종업원에 대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올 4월부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려, 현행 60세에서 2025년에는 65세부터 지급하기 때문에 무수입 공백시간 5년을 메우려는 것이다.

기업과 인사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 기업들은 정년연장에 어떻게 대응할까? 우선 일본 기업 전체 인건비는 현재 약 195조 엔인데, 이번 정년연장법 시행으로 2013년도에는 0.22%가 증가한 약 4000억 엔의 비용 증가가 예상되고, 2025년도에는 1%가 증가한 1조9000억 엔이 될 것이라고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추산한다. 따라서 지불임금을 줄이고 고령 종업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이 고용을 연장하는 방법은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의 3가지인데, 일본 기업들은 정년연장과 폐지보다는 일단 퇴직한 후에 촉탁 등의 형태로 재고용하는 기업이 80% 이상이라 한다. 임금은 현역시의 60∼70% 정도이고 근무체계도 파트타임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고용연장 대비책으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종업원 22만명이 넘는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이다. 현역세대 임금체계를 성과급제로 강화하고, 여기서 만든 자금으로 고령자 임금에 충당하는 소위 ‘미들에서 시니어로’ 모델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향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년연장이 현역세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일본 기업들이 NTT의 새로운 급여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현장에 고령자가 많은 도요타자동차는 하프타임 근무제를 도입·검토하고 있다. 재고용시의 임금은 정년시의 2분의 1 정도이고, 거기다 하프타임제를 도입하면 지불임금을 정년시의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2교대제가 기본인 생산라인에 0.5인분을 더하여 배치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고령자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생산라인을 예전보다 길게 하여 젊은 층에게 기술을 전승하면서 작업하는 특별 라인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업적이 좋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 중에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기업도 있다. 다이와하우스는 “능력은 연령과 상관 없으며 인건비는 코스트가 아니라 투자다”라며 고령자의 사기와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두는 제도로 바꾸었다. 급여는 60세 정년시의 3분의 2 정도에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도 대폭 인상하여 고과가 높으면 60세 때와 거의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또 YKK는 “글로벌 기업은 연령, 성별, 학력, 국적에 상관없는 인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연공과 능력에 기초했던 제도를 역할을 축으로 한 성과·실력주의로 바꾼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 기업들은 업계 경쟁 상황, 향후 성장 전망, 기존 근무 형태 등을 감안하여 정년연장 대비책을 고민하고 있다. 초점은 지불임금 절감과 고령자 생산성 향상이다. 우리 기업들도 조직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고 생산성도 올리는 효율적인 정년연장 대비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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