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중 칼럼]우리만 모른다, 일본 경제 부활의 의미를

입력 2013-04-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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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논설실장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가 쓴 ‘미국은 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고 있다’가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는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하마다 교수는 일본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의 엔고는 금융완화정책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의 엔고는 금융현상이므로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경제정책에 대해 하마다 교수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마다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아베노믹스(통화확장정책)를 시작해도 되느냐”고 자문을 구했고, 이에 하마다 교수는 “자신감을 갖고 추진하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하마다 교수는 “달러당 엔화가 100엔까지 올라가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아베노믹스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영국이 통화확장정책을 펴고 미국이 ‘리먼 쇼크’를 진화하기 위해 돈을 찍어 낼 때 일본은 아무런 불평과 간섭도 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일본의 금융완화정책을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국제 금융전문가들이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행이 26일 열릴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에 엔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개연성이 크다.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일본 경제가 엔저로 살아나게 되면 미국은 강달러의 효과를 누리는 한편 여전히 세계경제 질서의 중심축이라는 반사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인 만큼 미국이 엔저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다. 일본 경제의 회복을 계기로 일본 내의 우경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최근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각료 3명을 시작으로 여야 의원 168명의 신사 참배는 그 시작이다. 일본 국민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와 갈망이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언론과 우익 경제학자들은 한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독도를 비롯해 중국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몰매를 맞고 있다는 피해의식에서 기인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본 대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한국 때리기의 명분이 되고 있다.

이래서 한국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우리 주력 수출기업들의 생산 차질을 유도하기 위해 핵심 전자부품의 공급량과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든가, 수출관세를 물리자는 안도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수출이 제대로 안 돼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우리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자는 주장도 있다. 국채를 대거 사 모은 후 일거에 시장에 내놓을 경우 원화 가치의 폭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들이 현실화할지, 아니면 아이디어로 그칠지는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일본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을 타깃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본 전문가인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를 구분했으나 최근에는 정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경제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래서 최근 한·일 갈등은 과거와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처는 너무 안이하다. 과도한 엔저는 디플레이션 완화 대신 자산 버블에 빠질 수 있다며 우리 식으로 해석하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번 G20의 결정이 엔저의 용인이 아니라 조만간 과도한 엔저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동을 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심이라면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를 너무 모르거나, 어리석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일본과 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쓸 경우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어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정치권은 목적도 분명치 않은 경제민주화를 빙자한 대기업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이념과 이론적 유희에 빠져 있다.

혹시라도 조선시대 선조가 일본에 파견했던 통신사들이 일본 침략의 의도를 잘못 판단해 무방비 상태에서 임진왜란을 겪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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