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자금 밀물이 오히려 ‘독’

입력 2013-04-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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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2금융권 역마진 우려… 금융생태계 파괴 조짐도

저금리·저성장에 수익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금융권에 예전에 볼 수 없던 ‘이상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확대되면서 예금과 대출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연 2%대에 진입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했던 은행들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이달 들어 연 2%대로 주저앉은 예금 금리 인하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을 받아봐야 돈 굴릴 데가 없다”며 예금 유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상호금융사와 보험사는 밀려드는 자금에 오히려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만 4500억원 규모의 즉시연금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에서 밀려드는 자금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이처럼 금융권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져 대출과 수신이 특정 업권에 몰리면서 금융생태계의 파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고객의 돈을 받아 이를 굴려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저금리 때문에 대출과 투자가 왜곡되고 있다.

예금 등이 한쪽으로 몰리면 수신이 많은 금융사는 역마진이 나게 되고 결국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는 2000년대 중반부터 외형 경쟁을 벌였다.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연 5%대 고금리 상품을 앞다퉈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역마진 리스크라는 악재로 돌아섰다. 가입자들을 잔뜩 유치해 보험료는 많이 받아 놓았지만 저금리 여파로 연 5~7% 수익을 낼 만한 투자 대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각에서는 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보험사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은행권에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며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추가 하락 우려로 금융권 주변에만 맴돌던 돈이 대거 몰려들자 사정이 급하긴 급하다. 고객으로부터 받아온 예금을 연 2%대의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에 맡기는 상황에서 돈을 더 받기가 곤란하다.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는 너무 위험하고, 가계대출은 규제로 꽁꽁 막혀 있고, 대기업들은 오히려 돈을 맡기려 달려드는 3중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당분간 금융권에선 업권별 자금 유입을 서로 미루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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