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복지 재원과 경범죄 범칙금

입력 2013-04-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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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TV 개그프로 ‘애정남(애매한것을정해주는남자)’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일상생활의 애매한 것들을 정해준다 해놓고 엉뚱하고 기발한 결론을 내리면서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새 정부 들면서 애정남이 부활해야 할지 싶다. ‘경범죄처벌법’은 확대했는데 단속해야 할 경찰도 애매하단다. 법 위반이라는 게 성립요건에 딱 떨어져야 하는데, 단속경찰의 사기만 뚝 떨어뜨리니 말이다. 하루가 멀다고 강력 범죄가 터지는 마당에 경찰 보고 선도부 노릇이나 하라니 그렇다.

얼마 전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통과됐다. 가장 논란은 신설된 스토킹 항목이다. ‘3회 이상 구애(求愛)’하면 안 된단다. 스토킹을 경범죄에 포함시킨 것부터가 난센스다. 단 세 번이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된다는 자체도 놀랍다. 스토킹은 ‘살해위협 등 상대를 정신적, 물질적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인데 세 번이 집요하다는 것인지. 차라리 ‘토킹(talking) 범죄’라 했으면 좋았을 걸.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경찰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사법권 남용이 우려된다. 게다가 개인 사생활 침해 소지도 다분해졌다. ‘스토킹범죄자’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으려면 단속경찰에 모든 걸 이실직고하고 애걸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질끈 눈감아주고 ‘뒷돈’을 챙기는 경찰이 나올 여지도 생겼다. 판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과다노출’과 같은 객관적 기준이 모호한 항목들도 문제고, ‘억지로, 떠들썩하게, 불편 야기, 위험한, 지속적’ 등 추상적이고 애매한 용어 등도 문제다.

이번 개정을 통해 대부분의 경범죄를 범칙금으로 대체했고, 금액도 최대 60만원까지 올렸다. 범죄를 돈과 맞바꾸겠다는 간단 명료한 발상도 기막히다. 즉결심판 법정에서 그 많던 판사의 현명한 용서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그렇다 보니 국민들은 경범죄만 갖고도 정부를 조롱거리로 삼는다. 한 마디로 정부가 서민을 상대로 ‘삥’을 뜯는다는 것인데, 그럴 법도 하다. 경범죄의 주 대상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여기에 건강세, 피부양자 폐지, 담뱃값 인상,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줄줄이 서민과 직결된 내용만 수두룩하다. 정부가 그만큼 급했나 보다.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등 대국민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재원이 없으니 ‘대략난감’이겠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

말 많고 탈 많은 장·차관급 인사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북한 문제와 같은 국정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경범죄나 다루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국민들의 불만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사회지도층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하는 반면, 서민들은 박박 긁어서 경범죄라도 처벌하려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법은 곧 상식이다. 상식은 사회통념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 통념의 잣대를 서민에게만 들이댄다면 법치주의 훼손을 자임하는 정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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