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창조경제는 비빔밥이 아니다 - 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4-08 14:52 수정 2013-04-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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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요즘 광화문,세종시 할것없이 전 부처 최대 키워드는 '창조'다. 눈치빠른 공무원들은 너도나도 '창조'로 각색한 보고서를 마구잡이로 청와대에 밀어넣고 있다.

각 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창조복지', '창조문화, '창조교육', '창조관광', 심지어는 '창조직업', '창조노사관계'라는 생뚱맞은 용어까지 곁들인 창조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처마다 '창조 돌림노래' 가 한창이다.

창조개념이 너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비난여론이 일자, 박대통령은 즉각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까지 했다.

전 산업에 ICT기술을 융합,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란다.

참으로 놀랍다. 청와대, 주무장관이 쏟아내는 발언을 보면, 정말 이들이 창조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주 박대통령이 언급한 "층간소음 문제해결도 창조경제"란 대목에선 이 정부의 창조경제 접근법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좀더 알기 쉽게 주무부처로 좁혀 논의를 해보자.

최문기 미래부 장관후보자의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TRI연구원으로 출발, 원장까지 한 이력이 말해준다. 임기후 한국정보통신대학원(현 KAIST와 통합)교수로 잠깐 외유한 걸 빼면, ICT 연구개발의 요람인 ETRI와 한평생 함께 했다.

그를 평가절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세금으로 만들어진 연구기관의 수백,수천억원 예산을 명분좋게 나눠 집행한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TRI가 새로운 시장과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게 그를 포함한 연구원들만의 책임은 절대 아니다. ETRI는 예산을 집행하며 뉴마켓,매출,ROI(투자수익률)를 따질 필요가 없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창조개념의 모호성은 여기서 출발한다.

현 정부가 말하는 ICT기술 융합,접목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창조경제를 만들수 없다.

MP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던 한국의 아이리버, 100년이 넘는 휴대폰역사로, 세계시장 1,2위를 호령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이들을 한순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한 애플이야기다.

신개념 아이팟, 아이폰 하나로 두 시장의 절대강자를 단숨에 평정한 애플 스티브잡스의 신화가 바로 창조경제다.

그가 내놓은 아이팟,아이폰은 단순한 모방,접목이 아니다. 인류역사상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생각조차 못한 혁신적 사고의 결정체다.

우리는 이 혁신적 사고, 창조경제속에 숨어있는 놀라운 진실을 간파해야 한다.

스티브잡스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 이해진의장, 세계 게임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넥슨 김정주 회장이 갖고있는 인문학적 식견과 지식의 폭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해진 그가 CEO자리를 맡긴채 해외를 누비며 출판,문학,미술,뮤지컬 등 지식이 집적된 전시회, 지식그룹을 찾아 인문학적 소양을 넓힌 지는 15년이 훨씬 넘는다.

김정주 회장 역시 창업후 20년 가까이 인문학적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탁월한 인문학적 식견과 ICT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력이 합쳐지는 그 접점이 바로 창조의 원뜻, 창의(Creative)가 꿈틀댈수 있는 토양인 것이다.

이해진,그가 쏟아낸 지식검색을 비롯한 숱한 혁신앞에 1위였던 야후는 끝내 한국에서 철수해야 했고,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혁신적 스토리 게임을 앞세운 김정주의 넥슨그룹은 150여개국에서 연간 1조5000억원의 알토란같은 달러를 긁어모으며 글로벌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들이 국내외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평생 예산을 명분있게 집행해온 공무원들이 정말 이들처럼 수조원대의 새로운 시장과 신산업을 만들어낼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모호성은 바로 창조의 토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창조경제는 창조적 리더와 창의로 넘실대는 인력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제 비빔밥같은 '창조돌림노래'를 그만하고, 이 정부의 키워드는 다음 정부에서 싹을 틔울수 있는 창조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몇 달 혹은 1년만에 뚝딱 만들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메커니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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