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 경제민주화 ‘미·안·해’

입력 2013-02-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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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인터넷에는 ‘미·안·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신설되거나 개편된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첫 글자를 따온 말이다. 조직개편으로 희비가 엇갈린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미안해 개편’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돌았다.

2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 용어가 빠졌다. 국민을 향한 박 당선인의 심정이 ‘미안해’가 아닐까 싶다. 공약집에 있던 경제민주화 세부 정책의 추진 계획도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약화되거나 일부는 아예 빠졌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경제민주화 의지가 벌써부터 퇴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민주화가 국정과제에서 빠질 것이란 예견은 사흘 전부터 나왔다. 그동안 ‘시장주의 원칙’을 강조해 온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과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에 각각 내정되면서부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성장 중심의 시장주의’를 주장하는 두 사람을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에 내정한 것부터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두 인선은 경제민주화와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로 대체된 연유와도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 공약의 상징이었던 김종인 전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게도 미안해할 법 하다. 그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한 이후 ‘경제민주화’라는 다섯 글자를 국민에 각인시키면서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김 전 위원장이 1987년부터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기에 더 미안할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측은 ‘용어만 사라졌다’고 했지만, 앞으로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할 여지는 또 있다. 국회 입법과정이다. 각계의 ‘로비활동’으로 인수위측 주장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도 이를 늘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인수위 측은 65세 이상에게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도 급여화하겠다는 복지 공약도 지키지 못하겠다고 한 발 뺀 상황이다. 이유야 어떻든, 박 당선인은 핵심 공약의 두 축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불과 2개월 만에 스스로 깬 셈이다.

그런 그가 2년 전 MB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국민과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국민과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예측가능한 정치가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을 꼭 한 달 앞두고 펴낸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다. 책 126쪽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양극화 해소를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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