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열전] ‘청담동 앨리스’ 소품감독 김봉주

입력 2012-12-28 09:19 수정 2013-04-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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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집, 집 안의 화려한 가구와 조명, 옷장안의 옷, 신발장 위의 신발까지 신데렐라에게는 욕망의 대상이다. SBS주말기획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능사라고 여겼던 세경(문근영이)이 부잣집 사모님이 된 동창 윤주(소이현)의 삶을 동경하게 되면서 청담동 입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잣집 남자를 꾀어 삶을 통째로 바꿔보겠다는 심산이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극중 등장하는 인테리어부터 소품 하나까지 고가의 제품들로 화면이 가득 찼다.

“입으면 의상팀 담당이고, 옆에 두면 소품팀 담당이에요” 김봉주(42) 소품감독은 의상과 소품의 정의부터 내려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올해로 19년 차가 된 김 감독은 SBS 소품팀의 브레인이다. 그의 머리에서 콘셉트가 나오면 협력 업체에 현장을 뛰는 방식이다.

“드라마 전체 제작비를 소품비로 다 털어 넣어도 모자랄 정도에요. 보석류 소품이 메인 보석만 진품이고 나머지는 모조품인데도 불구하고 3~4억 원이 들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패션업계 종사자들이다보니 의상, 가방, 구두 등 패션 소품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이 작품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에 대해 공부 많이 했어요. 청담동 룩이라는 게 무조건 번쩍 거려서도 안 되고 희소성이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워야 해요. 슈트, 슈즈 등에 각기 스타일별로 이름이 있는데 그런 용어들을 많이 외웠어요.”

배우가 직접 착용하는 게 아닌 이상 메인으로 보이는 한두 가지만 진품이면 되지만 그마저도 명품 브랜드의 협조 여부, 저작권 여부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초고가의 소품일 경우 최소비용으로 가장 비슷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내 제작하는 것까지 소품팀의 일이다.

“극중 윤주네 집 같은 경우 엘리베이터부터 그들의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실제 그런 구조의 집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고했어요. 고가의 샹들리에나 창 등은 주문해서 제작을 했죠. 크기야 둘째 치고 실제와 똑같이 하면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요. 부득이하게 다른 보석류로 대체할 때가 있는데 요즘 시청자들 수준이 높아서 그런 작업도 조심스럽죠.”

▲사진=SBS 제공

‘천일의 약속’ ‘옥탑방 왕세자’ ‘신사의 품격’ 등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거의 히트를 쳤다. 예능프로그램 등을 거쳐 드라마에 안착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매 순간 순간이 소품감독으로서 내공을 쌓아주었다. 특히 ‘김혜수 플러스유’ 소품팀으로 활약할 당시 게스트로 나온 장동건에게 고가의 명품 벨트와 선글라스 소품을 진행자 김혜수가 선물하는 바람에 수습하느라 애를 먹은 기억도 어느새 추억이다.

“이 일을 하다보면 사람에게 많이 마음을 다치게 되어 있어요. 작가나 감독이 까다로우면 거기에 맞추느라 힘들어요. 아무래도 감독 요구가 최우선시 되니까요. 제작 지원이나 제품 협조(협찬) 등을 위해 직접 뛰어야 할 때가 많다보니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크죠. 그걸 못견디고 그만두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TV 프로그램에서 소품팀의 역할은 무척 매력적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 분투하고, 또 프로그램이 끝날 때 여러 사람들의 이름 가운데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 그 보람이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일을 하게 하는 이유다.

“올해로 19년 째 일하고 있지만 주말, 공휴일 제대로 없이 일 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보채도 내 일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잘 알아들어요.”

김 감독은 체육 전공자지만 사실 소품팀의 대부분 팀원은 미술 전공자들이다. 각 분야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하고, 트렌디한 정서를 반영하면서 일 하는 분야가 소품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아카데미 정도에서 소품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귀띔이다.

“방송사는 공채를 통하는 경우가 많죠. 요즘은 4년 제 대학 졸업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유학파 출신을 뽑는 등 스펙적인 측면을 중시해서 뽑는 것 같아요. 물론 협력 업체 등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수입은 천자 만별이지만 적어도 방송사 소품팀의 경우 대기업 수준의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보면 되요.”

수입 이야기를 할 때 김 감독의 표정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만큼 돈보다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한 그는 여전히 “재미있다”고 자신이 일을 평한다.

“재미있어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공부가 되요. 지금도 ‘청담동 앨리스’와 더불어 내년 4월 방영 예정인 작품의 구상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동시에 여러 작품에 걸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늘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 기분은 항상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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