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추모제 둘러싼 ‘신경전’

입력 2012-11-14 17:46 수정 2012-11-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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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타계 25주년 추모식을 놓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간 감정싸움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오는 19일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제25주기 추모식이 계열사별로 각기 치러지는 것을 놓고, CJ가 삼성에게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14일 CJ는 ‘선대회장 추모식 보도 관련 CJ 입장’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추모식 행사 주관자인 삼성 호암재단이 CJ 측에 통상 진행해 왔던 가족행사는 진행하지 않으며 타 그룹 오후 1시 이후 참배, 정문 출입 불가, 선영 내 한옥(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 사용 불가 등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 간 사전 조율없이 이뤄진 삼성의 통보는 선대 회장의 업적과 뜻을 기리자는 추모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성토했다.

CJ는 “지금까지 선대회장 추모식은 매년 기일인 11월19일을 전후해 가족행사로 치러왔다”며 “일부 불참자가 있었지만 지난 24년간 단 한차례의 예외도 없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선영을 참배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CJ는 삼성 측이 정문 출입을 막고 제수(祭需) 준비에 필수적인 한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CJ는 삼성 측이 정문 및 한옥 사용불가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뒷문으로 왔다가라’는 삼성의 통보는 사실상 다른 형제와 그 자손들의 정상적인 선영 참배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CJ 측은 “당일 삼성 참배행사 이전이나 이후, 혹은 그 전날 참배도 가능하니 정문과 한옥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호암재단에 수차례 정중하게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선대회장의 장손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용인 선영에서 부사장급 이상 50여명과 함께 별도의 추모식을 가질 계획인 만큼 정문과 한옥 사용을 삼성 측에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말은 좀 다르다. 우선 CJ가 말하는 정문이 어디냐는 것. 정문·후문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다는 설명이다. 이병철 회장의 묘소인 선영과 한옥으로 가는 길은 삼성인재개발원 호암관 쪽 길과 호암미술관 쪽 길이 있다. 호암재단 측은 삼성인재개발원 쪽으로 가는 길은 그간에도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암미술관으로 일원화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호암미술관 쪽으로 가는 길도 삼성인재개발원 가는 길과 별다른 거리 차이없이 선영과 한옥에 도착할 수 있다. 오히려 선영과 더 가깝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제수 준비 역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어느 쪽이 굳이 제수 준비를 도맡아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번에 삼성 측에서 제수를 다 준비하는 만큼, 제수 준비를 위해 CJ측이 한옥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추모식과 별개로 집에서 치러지는 제사는 장손인 CJ 이재현 회장이 따로 지냈고 올해도 진행하는 만큼, 만일 CJ 측이 추모제 제수를 맡는다면 한 제사를 두 번 지내는 셈 아니냐는 반박이다.

이와 관련, 권순호 호암재단 상무는 “선대회장과 함게 일했던 분들도 이제 많지 않은 만큼 2~3년 전부터 회사 차원의 기념행사로 추모식 성격을 바꾸는 것을 고민해 왔다"며 "그 시기가 지금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삼성의 길 통제와 한옥 사용에 대한 부분은 이건희 회장과 상속재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을 삼성의 사유지와 선대회장 소유의 집에 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또 세간의 관심으로 문제를 확대한 CJ 측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집안 내부의 사적인 불협화음을 CJ가 다수의 언론매체에 입장문을 배포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눈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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