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신의 여의도1번지]"뜸 들이다 밥 태울라"

입력 2012-10-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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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맛있게 지으려면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좋은 쌀과 물 조절, 그리고 적절한 뜸들이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은 쌀의 양에 따라 물 조절 눈금이 나와 있고, 뜸은 자동으로 들인다. 그러니 밥 짓는데 실수가 거의 없다.

요즘엔 대부분 가정에서 밥을 지을 때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을 사용한다. 자취를 하는 학생들조차도 냄비는 라면 끓일 때나 쓸모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쌀만 좋은 것 쓴다면야 언제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전기밥솥에 의존하다 보니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텐트에 배낭 메고 1박2일 야외 나들이라도 갈라면 밥하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야외에서까지 전기밥솥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건 역시 뜸들이기다. 물 높이야 대충 손등으로 보면 되지만 뜸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들여야 하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뜸 들일 때 가장 중요한 건 불의 세기인데, 불이 너무 세면 다 타버린다.

따라서 불은 가장 낮은 세기로 줄이거나 아예 끈 후 10분 정도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조바심에 미리 열어 손 데면 설익은 밥을 먹기 십상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대선후보들을 보면 ‘뜸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정가에서는 이걸 ‘타이밍’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게 쉽지가 않은 듯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타이밍을 놓쳐 큰 피혜를 봤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를 늦추다 떨어진 지지율이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은 물론 측근들마저 빨리 ‘사과하자’고 채근했지만 질질 끌다 막판에 가서야 결단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결단이었음에도 지지율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박 후보는 지금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의 관계야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자신과 관계없다’는 말만 되풀했다. 결국 이번에도 측근들까지 나서 압박하니 ‘조만간 하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쪽에선 테이블에 앉으라 독촉하는데 안 후보는 ‘때가 아니다’라며 모르쇠다.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거냐” 물으면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한다.

안 후보야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도 특유의 ‘애매한’ 어투로 견뎌냈으니 그럴 만 하지만, 그건 대선 출마 전 얘기다. 전장에 나왔으니 명쾌할 필요가 있는데, 출마 이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국민들이 피로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정치는 타이밍이다’라고 하고, 타이밍 정치로 성공한 사례들도 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꾼’들이 하는 일이니 잘 알아서 할 것인데 웬 훈수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밥도 너무 뜸들이면 탄다”는 말이 있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먼저 ‘뜸들이기 정치’부터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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