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격 후려치기'에 납품업체 '죽을 맛'

입력 2012-09-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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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구매력 무기로 부품 공급업체 압박…SK하이닉스·LGD등 울며겨자먹기로 당해

“너무 가혹한 회사다.” “팀쿡은 잡스보다 더 꼬장꼬장하다.” “0.004달러를 깎아달라며 압박한다.”

국내 부품업체 고위 관계자들의 애플에 대한 하소연이다.

과도한 단가 인하 압박에 시름하고 있는 애플 협력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애플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비공식 자리 혹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할 말은 하고 있다. 그만큼 애플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18일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서로 어느 업체가 협력사로 들어오려 하는 지 철저한 보안에 붙여놓은 상태로 경쟁을 시킨다”며 “한쪽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을 내는 부품을 만들면, 다른 쪽에 더 낮은 가격으로 이 정도의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강력한 구매력을 무기로 내세운 애플 앞에서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애플 아이폰5의 원가를 봐도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을 잘 알 수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5 64GB 제품에서 부품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불과하다. 전작인 아이폰4S 64GB 64% 대비 10%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부품가를 더 낮출 수 있었던 게 사양이 높아진 아이폰5가 전작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애플은 지난 2분기 무려 33%를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제조업에서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은 경이로운 숫자다.

애플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고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제품을 내놓는 다는 인식을 심어줄 때, 이른바 수혜주로 꼽히는 협력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는 1%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애플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시바도 적자였다. 자체적으로 갤럭시 시리즈에 메모리를 공급한 삼성전자 반도체만이 영업이익률 12.9%를 올렸다.

모바일D램도 파산에 직면한 엘피다가 애플에 매우 싼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가이하의 요구를 수용한 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특정 핵심고객에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부당한 거래가 있을 수는 없다. 메모리 공급업체에 적정이윤을 주지 못하면 결국 그들의 제품도 팔 수 없기 때문에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핵심고객의 이름을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권 사장이 지목한 회사는 애플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애플)A사가 협상하기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애플에 반기를 드는 업체도 나타났다. 갤럭시S 시리즈로 자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부품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아이폰5 초기 물량에 모바일D램과 낸드를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이 최근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 준공 기자간담회에서“부품 분야에서 절대로 적자를 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시한번 다진 것도 애플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시위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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