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개발 지체에 민심 타들어간다

입력 2012-08-23 11:11 수정 2012-08-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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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성패 관건 서부이촌동 가보니 용산역세권개발 찬성·반대파도 사실은 ‘찬성’

“하루 빨리 이주대책이 발표돼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상식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주민들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S씨)

▲코레일의 반대 등을 이유로 서부이촌동 보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는 동안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고충이 늘고 있다. 주민들은 5년째 표류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대해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빠른 결론을 내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 사업은 코레일과 서울시,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한데 얽혀 있다.

코레일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이 회사가 소유한 용산 철도정비창 터(약 40만㎡)에 개발하는 것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돌연 서울시가 한강 경관 개선을 위해 바로 옆 서부이촌동의 12만4000㎡를 포함한 통합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사업 시행 초기 코레일이 서울시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그해 12월 사업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가 설립됐다. 그러나 코레일이 자금마련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부이촌 주민들은 보상안을 마련해달라며 드림허브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건물앞에서 집회를 계속 열었다.

이때부터 지역 주민과 공기업, 지방자치단체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사태가 지금에 이르렀다.

김희자 성원아파트 동장은 “당초 4월에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보상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미뤄져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 “지난 13일에 열린 이사회에서도 드림허브 최대주주인 코레일 측 이사들이 반대해 보상안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레일 측은 보상 재원을 마련을 위한 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이주 대책안이 빨리 발표돼야 한다”고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 사업으로 지역주민은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졌다. 서부이촌동 11개지구 주민들 중 56.4%가 찬성했다. 찬성 쪽은 이 사업을 통해 이주에 관한 보상안을 받자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들은 최근 이촌동 철도정비창 앞에서 용산 역세권의 조속한 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반대파도 속으론 찬성론자였다.

서부이촌동 주민연합 관계자는 “이 사업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찬성하는 쪽이다. 다만 개발 주체 측에서 주는 보상금을 조금 더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보상금 수준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주민들도 보상금을 대폭 올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도 알고 있지만 보상금에 눈이 먼 극소수가 완강히 반대의견을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평화롭던 마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보상대책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 간에 이제는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삭막한 마을로 바뀌었다.

현재 서부이촌동은 30~40년 전 서울의 분위기가 떠오를 만큼 어둡고 인적이 드물다. 건물들은 이끼가 잔뜩 끼여있고 평일·주말 할 것 없이 과반수의 상가가 문을 닫고 있다. 아파트 외벽과 가로수 사이에 설치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반대한다는 현수막만이 한적한 동네를 지키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 K씨는 “근처에 제지, 택배회사 등에 직원 1000여명이 근무할 때에는 설렁설렁 가게를 운영해도 하루 매출이 30~50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가 이전해 하루 10만원의 매출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변 상가 세입자들도 하나둘씩 다 떠났다. 부동산을 비롯해 음식점 등이 대표적이었다.

K씨는 “이 사업이 처음 발표될 당시 친구들은 나에게 ‘부자 됐다’고 말했지만 집을 사고 파는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상당수 주민들은 집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 금융권 대출로 집을 샀다. 분가했던 자식들이 부모들 명의로 집을 산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하루하루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노인들은 결국 융자부담에 ‘하우스 푸어’가 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집을 날리고 마을을 떠나는 이들도 등장했다.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 입장에서도 서부이촌동 보상문제는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진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비용으로 인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부이촌동 보상안에는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법정보상비와는 별도로 민간보상비가 1조원 넘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허브 측은 이 자금으로 원주민들에게 입주권과 할인분양, 이사비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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