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권혁우 연극연출가 "올림픽과 연극의 공통점"

입력 2012-08-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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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연극은 내 인생의 시간과 함께 동행한다. 나의 20대 첫 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또 20대 첫 연극은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이란 작품이다.

88올림픽은 ‘하늘 높이 솟는 불’로 시작해서 ‘서로 서로 한마음 되자 손잡고’란 소통의 노래로 대한민국이 한 마음이 됐고, 나의 첫 연극은 ‘이 세상 깊은 꿈으로 시작해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 이 세상의 돌이 되겠소. 내가 님 찾는 떠돌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겠소’란 말로 삶의 치열함을 노래했다.

2012년이다. 여수엑스포기간 중 뮤지컬 ‘오돌래’ 공연을 마쳤고 거창국제연극제에 올 릴 ‘엄마’란 작품을 준비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숨이 넘어가면서 또 한 번 올림픽도 맞이했다.

선풍기 바람에 땀을 식히며 신문을 집어 든다. 기사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목에 걸린 메달 색깔은 달라도 그들이 흘린 땀은 똑같다.’

4년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한 선수들의 땀방울에 박수를 보낸다.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금, 그들은 또 다시 ‘4년의 시간’ 이란 이름의 화살을 쏠 것이다.

나 또한 관객의 박수를 머금고 사는 연극의 하루하루 삶 속에서 치열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함께 소통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양보했던 기억의 조각들. 좌절에 무릎 꿇었고, 다시 또 희망이란 용기를 통해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나를 지켜 봐준 관객들의 시선.

내가 쏘아 올린 시간의 화살도 지금 이 순간 저 멀리 날아가고 있다. 나의 공연도, 올림픽도 모두 작별인사를 한다.

일상 속의 나를 바라봤다. 지난 신문을 들춰보고, 지난 대본을 펼쳐보고, 지난 연극 프로그램 속에서 내 사진이 나를 보고 있다. 물론 나의 손을 잡고 내가 이끄는 불확실한 항해에 동참했던 많은 이들의 얼굴이 기억을 스쳐간다.

올림픽의 정신을 본다.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연극의 정신을 본다. “살아 있는 예술, 세상과 인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공연이 반복돼도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인생에 비교하며 생생한 드라마라고 말한다. 나의 눈에 들어오는 생생함은 석연찮은 판정시비나 결정적 오심보단 계획한 고의패배란 단어일 뿐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목표를 향한 일방적 과속충돌이 아플지라도 최대한 빨리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이제 나도 또 다른 작품을 펼쳐본다.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있어서 스포츠가 아름답듯이 과정 또한 행복한 연극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 그래서 대학로의 소극장이 아름답고 마로니에 공원이 아름답기를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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