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신동빈 호’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난 이후 불황 속에서도 선방을 해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들어 롯데그룹의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도 하락하면서 신 회장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시가 총액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6일 23조1375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26조9312억원에 비해 14%가량 쪼그라들었다. 한 달 전(24조5951억원)과 비교해도 6% 감소했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해 2월10일 취임한 신 회장은 롯데그룹 시총 규모를 2월 말 현재 28조3631억원에서 5월 말 현재 35조6383억원까지 끌어올렸고, 마침내 같은 해 8월2일에는 37조7400억원으로 키워 연중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같은 규모는 연말 시총과 비교하면 3조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지만, 작년 최고치 37조원과 비교하면 14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시총이 지난해 최고치와 비교해 14조원이나 증발한데에는 롯데쇼핑과 호남석유화학 등 대장주들이 큰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롯데그룹 유가증권 상장계열사 9곳과 코스닥 계열사 1곳 중에서 롯데삼강 1개사만이 작년 연말 주가를 넘겼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33만9500원(종가 기준)에서 올해 들어 계속 등락을 거듭하다가 6월부터 20만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누나 신영자 롯데 장학복지재단 이사장(전 롯데쇼핑 사장)이 회사를 이끌어갈 때 50만원의 고지를 넘어선 롯데쇼핑 주가는 현재 30만원대를 유지하는 것도 힘겨워하고 있다.
호남석유의 주가 부진도 만만치 않다. 작년 연말 29만8000원에서 지난 6일 24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이맘때 39만원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약 4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올해 들어 롯데그룹주들의 주가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기대이하의 실적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은 1분기 영업이익이 36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5% 감소했고, 연결당기순이익도 326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 줄었다.
호남석유화학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196억원, 1817억원으로 각각 62.2%, 58.3% 감소했다. 나머지 계열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억3600만원, 6억9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비 침체로 2011년 6.7%였던 롯데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올해 2%대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매출 부진과 강제 휴무 같은 규제 강화가 그 원인으로 유통계열사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들의 실적악화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선 롯데그룹을 둘러싸고 전방위 압박을 계속하고 있어 주가 부진이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마트가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고 롯데캐피탈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에는 롯데그룹 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에 수천 대의 ATM을 공급하는 주력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이 중소기업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식품 등 경기 민감 산업에 집중된 롯데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특성상 최근 소비 위축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강도를 더해가는 경제민주화 이슈에 따른 전방위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롯데그룹의 최대위기를 신 회장이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