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박형섭 대림대 교수 "런던올림픽 감상법"

입력 2012-07-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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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장난이 아니다. 그것도 하루에 끝나지 않고 있다. 며칠째 불 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낮에 조금만 걸어도 얼굴에 땀이 흐르고 속옷이 흠뻑 젖는다.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린다. 30도는 기본이고 37도까지 올라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니다. 불쾌지수가 오를 만하다.

그나만 다행스러운 것은 런던 올림픽이다. 절묘한 시차로 인해 새벽시간대까지 더위를 유일한 식혀줄 무기로 등장했다. TV앞에서 맥주와 통닭튀김이면 금상첨화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종목에 관계가 없다. 무조건적이다. 다만, 한국인의 공통점은 우리나라가 이겨야 한다는 명제가 따른다. 이기고 메달을 딸 때마다 저절로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열광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난리가 난다. 소리를 지르고 야유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한다. 이유는 필요 없다.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적으로 우리 편을 든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발생했다.

바로 수영스타 박태환이다. 정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부정출발로 예선에서 실격을 당한 것.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3조에서 3분46초68을 기록, 1위로 터치패드를 찍어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런데 잠시 후 발표된 순위표에 박태환의 이름은 실격 표시와 함께 가장 하단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 3시간 만에 다시 번복돼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수영연맹이 판정 번복 결정을 내린 건 25년 만에 처음이란다.

더 기가 막힌 일이 또 벌어졌다.

유도 8강전에서 조준호는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에게 연장 접전 끝에 판정패를 당한 것.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3명의 심판은 모두 조준호의 파란색 도복을 상징하는 파란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심판위원장이 최종 판정을 멈추라는 사인을 보낸 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에비누마의 승리로 번복했다. 심판진은 모두 흰색을 다시 들어 올렸다. 불과 5분 사이에 전원 일치 판정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일부 외신은 심판진의 상반된 행태에 ‘우스꽝스러운 장면’, 미국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인 ‘바보 삼총사’를 빗대어 ‘이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도에서 심판 3명이 내린 판정을 심판위원장이 뒤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재미난 것은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조준호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올림픽은 이런 저런 이유로 언론이나 관객들, 시청자들에게 난타 당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스포츠를 그냥 순수한 스포츠’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누가 이기든지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린다. 우리나라도 24년전 88올림픽을 개최했다. 근대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됐고,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는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다. 그는 육군 유년학교에 입학했으나 독일을 잠정적인 적으로 교육하는 학교 체제에 불만을 느껴 16세에 자진 중퇴, 영국으로 유학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교육 체제를 보며 감화를 받는다. 무엇보다 영국 교육의 중심에 스포츠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라톤이나 럭비, 축구 같은 체력소모가 심한 실외 스포츠 위주였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부국이자 강국이었다. 돈이 넘쳐나면 퇴폐 문화가 발달하게 마련.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스포츠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5세기경부터 영국은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였다. 바로 이튼 칼리지가 대표적이다. 1440년 헨리 6세에 의해 설립됐다. 영국에서 19세기 후반 제정된 관련법령에 따라 퍼블릭 스쿨로 분류된 9개 학교 가운데 하나. 이 스쿨은 영국 특유의 사립 중등교육기관으로 고전교육, 인성교육, 체육활동에 역점을 두었다.

영국에서 쿠베르탱은 이런 교육을 프랑스에 도입하려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정부부처로 부터 가로막혔다. 이는 결국 마라톤을 부흥시켰고, 근대 올림픽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64년만에 한국선수들은 영국 런던 땅을 밟았다. 메달은 중요하다. 4년을 위해 모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훈련만을 해온 선수들.

그러나 모두가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엄청난 땀을 흘렸다고 해서 모두가 메달을 딸 수는 없다. 특히 금메달을 더욱 더 그렇다.

올림픽은 그 자체만으로 재미가 있다. 스페인을 보라. 축구종목 우승후보였지만 예선 탈락했다. 이런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항상 이기는 자만이 우승한다면 스포츠의 흥미는 떨어질는지 모른다. 물론 스타들은 스타들대로 그들만의 탁월한 기량을 보는 재미도 있을 터.

게다가 영국과 런던을 모처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 개최지는 런던에서도 생활수준이 가장 뒤떨어지고 매립지에 경기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립식으로 만들어 재활용할 계획이란다. 특히 일부 시절은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보내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역시 ‘대영영국(GR)’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따라서 이번 런던 올림픽은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가 숨 쉬는 나라,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탄생시킨 나라, 영국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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