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CD 금리 담합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12-07-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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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증권부장

이번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조사 건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功)이 단연 눈부시다. 지난 17일 10개 증권사에 이어 다음날에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9개 은행으로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주도면밀하고 신속한 대응이 눈에 띈다. 이미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유관 금융당국도 모를 정도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 지금의 기세로 보면 은행권 사정을 향한 칼끝의 강도는 더욱 예리하고 강해질 게 확실해 보인다.

공정위의 혁혁한 공로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올 하반기에 경제계에서 이슈가 됐던 일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발본색원 하기 위해 대기업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지분도를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정권말기 누수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용기있는 행동에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이에 반해 금융시장 관리-감독의 당사자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대응을 보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금감원측은 "공정위에서 협의없이 조사를 나와 당혹스럽다"며 "공정위에서 파악중이고 우리는 별도로 조사를 하지 않아서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는 식의 궁색한 답변만 내놓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CD금리를 대체할 금리를 만들려고 준비를 하다가 시장 혼선을 우려해 잠시 손을 놓은 사이 허를 찔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공정위 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말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어떨까. 금융위는 지난해말 부터 CD 금리를 대체할 다른 지표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별다른 대안을 찾지못하자 논의를 중단했었다. 지난달 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 지기는 했으나 아직껏 한번도 모임이 이뤄진 적이 없다.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할말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유효성 측면에서 단기지표 금리중 하나인 CD 금리의 동향을 예의주시했어야 했고, CD 금리가 시중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판단을 섰을 때는 다른 대응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체지표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3개월물 지표를 만들어 매일 고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코리보나 은행채, 통안채 3년물을 대체지표로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이번 사건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공정위가 CD금리 담합여부를 명확히 밝혀낼 경우 금융업계는 수천억원대의 과징금과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담합입증시 금융권의 재정성 자체가 흔들릴 과징금과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D금리의 한계는 여러차례 노정됐었다. 2년전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의 CD 발행이 급감했고, 유통시장마저 왜곡되면서 문제점은 심화됐었다.

금융당국에선 전문가 집단인 금융위나 금감원을 제쳐놓고 공정위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조사를 벌여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너무 독주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제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보험사들의 공시이율 담합 의혹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공정위의 지원 아래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보험의 수익률 문제를 먼저 들춰내기도 했다.

공정위의 노력에 토를 달아서는 안된다. 본연의 업무 수행을 한 것이고, 은행의 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따라 이번 거사를 진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팀워크는 느슨한 조직에서 통하는 말이다. 한 기업, 한개의 조직에서도 경쟁은 일반화 돼 있다. 공정위의 이번 ’결행’은 비장할 정도로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지나친 공명심은 조직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CD 금리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이 2년전에 나왔고, 지난해말 부터 대체 금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정책에 서둘러 반영했다면 이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에 망조가 들 것이라는 징후를 알았더라면 사후 강도높은 질책보다는 사전 예방이 나섰어야 했다. 영웅보다는 무대 뒤 조정자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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