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경제민주화' 해부]"정부의 재량권 줄이고 재벌에 집중된 힘 분산시켜야"

입력 2012-07-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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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4人 경제민주화 지상 토론

경제민주화 논의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새누리당은 시장 경쟁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반면 야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 등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학자들도 경제민주화에 서로 다른 시작을 보여준다. 재벌의 세금을 늘려 복지지출의 재원으로 확충하는 게 경제민주화라는 주장에서 부터 재벌의 해체,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경제민주화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본지는 오정근(고려대)·유진수(숙명여대)·조성봉(숭실대)·최정표(건국대) 교수 4명에게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들어봤다.

-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민주화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오정근 교수 : 헌법은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과도한 불균형성장과 소득불평등, 경제력집중 등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것을 경제민주화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범위 내에서 정부개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 유진수 교수 : 사전적으로는 기회의 평등, 사후적으로는 공평성의 확보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의사결정권의 분산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방지를 위한 규제와 조정 등 이 모든 것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 조성봉 교수 : 경제민주화는 실체가 없고 그 의미도 학자마다 다른 것 같다. 그 뜻과 의미부터 소통이 되도록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권력을 분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본다.

▲ 최정표 교수 : 광의의 관점에서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자는 게 경제민주화다. 협의로는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재벌을 개혁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력이 집중되면 민주주의와 배치된다. 민주주의는 힘의 분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

- 정치민주주의에서 ‘1인 1표제’처럼 경제민주화에서도 ‘1주 1의결권’을 실현하자는 의견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조성봉 교수 : 1주 1의결권은 상법에서 정하고 있다.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주주권 행사의 결과는 그 사회의 일반적 법규와 제도에 합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전 주주가 100% 동의해 전기요금을 30% 올리기로 주총에서 의결한다고 그것이 실현되겠느냐. 결국 사회의 법제도의 틀을 따라야 한다.

▲ 최정표 교수 : 재벌 총수가 51%의 지분을 확보하고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주의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처럼 경영권도 일정 기준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면 된다. 다만 총수 개인 지분이 1%임에도 수십 개의 기업을 지배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 정치권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경제민주화 논쟁을 벌이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가.

▲ 오정근 교수 :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의 투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무조건 대기업은 안 된다는 식은 제2의 뉴브리지 캐피탈, 론스타만 양산할 수 있다.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거대금융그룹만 탄생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현명한 대안모색이 필요하다.

▲ 유진수 교수 : 총선 전후부터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 중에 그 효과를 분석하거나 부작용을 논의하지 않고 막연한 기대만으로 내놓은 방안이 많이 있다. 경제민주화는 실천방안을 먼저 연구한 뒤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여야의 정책대결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 오정근 교수 : 국내에서 거의 1000만명 정도가 일자리가 없어서 월 100만~200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재벌을 개혁한다고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민주당에 묻고 싶다. 대학 졸업생은 좋은 직장,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을 원한다. 무엇이 서민과 청년이 원하는 민생중심경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새누리당도 대선을 앞두고 야권과 경제민주화 기선잡기 경쟁에 매몰돼 헌법에 명시한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선을 넘어서 교각살우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 조성봉 교수 : 경제민주화 정책대결이 과열되면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적인 입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는 정부권한이 강화되고 규제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이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 유진수 교수 : 국가 전체의 부(富)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게 중요하다. 횡령이나 배임 등의 처벌 강화, 부당내부거래의 규제 강화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보면 출자총액제한, 대형 슈퍼마켓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재벌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 조성봉 교수 : 문제의 본질은 정부에 있다. 정부권력의 분산이 중요하다. 실제로 정부가 관치금융 등으로 경제에 개입하면서 정경유착이 가능했다. 그 결과 경제민주화 논의가 나타난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늘리고 성장하려는 동기가 있다. 이를 탓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기업인에게 도덕 강의를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강력한 권한으로 인해 정부의 재량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최정표 교수 :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오너가 개인적인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지배기업수를 줄여야한다. 지주회사의 의결권을 장악함으로써 여러 계열사의 의결권까지 갖게 된다. 자본금의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계열사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출총제 등을 강화시켜 계열사수를 줄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 강화를 비슷하게 보는 경향이 많다. 둘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는가.

▲ 오정근 교수 : 경제민주화는 시장을 실패를 교정해 균형 있는 성장, 공정한 소득분배, 과도한 경제력 집중 완화를 도모해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기업 때리기나 부자증세가 경제민주화인 것 같은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하다. 반면 복지는 부족한 경제사회적 필요서비스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다. 재원부담을 넘어선 보편적 복지는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 유진수 교수 : 복지정책은 경제민주화의 한 유형이라고 본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는 다른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경제민주화에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을 위한 공정한 경쟁 여건의 마련,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의사결정권의 분산 등이 포함된다.

▲ 조성봉 교수 : 복지정책의 강화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높이는 것이다. 즉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여러 가지로 지원해야 한다. 이런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 최정표 교수 :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 관련은 있지만 구조적으로 다르다. 힘이 있는 쪽에 경제력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를 개선하자는 취지 정도가 비슷할 뿐이다.

- 경제민주화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 오정근 교수 : 경제력집중의 개념과 기준 그리고 계측이 정확해야 한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세계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한국 대기업 매출의 80% 안팎은 해외에서 일어난다.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이익을 취하는 정도가 과도하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590만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뚜렷한 일자리가 없는 100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민생경제회복이고 경제민주화다.

▲ 유진수 교수 :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과 고용개선 현황, 고용 및 일자리 창출현황, 법규 위반 현황, 세금 납부 현황, 이사 등과의 거래현황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위법행위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횡령과 배임 등 기업범죄에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도 바로 시행할 수 있다.

▲ 조성봉 교수 : 정부의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벌총수를 구속시켜 놓고 몇 달 안에 풀어줘서는 안 된다. 세법과 상속법 상법 등 관련 법류도 잘 정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도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 최근 경제민주화가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 최정표 교수 : 재벌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공정거래법 등을 바꿔야 하는데 국회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벌에 집중된 힘을 분산하면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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