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BBK 가짜편지' 사건 전말

입력 2012-07-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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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검찰이 12일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른바 'BBK 가짜편지' 의혹의 발단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으로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BBK사의 실제 소유주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고 주장해 정국을 뒤흔들던 와중이었다.

김씨 주장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중 미국에 머물던 김씨가 11월16일 돌연 국내로 송환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씨의 미국 구치소 수감동료인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하며 "김씨의 조기 송환은 이명박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여권의 기획입국"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던 홍준표 전 대표가 공개한 편지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고, '큰집'이란 참여정부의 청와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돼 기획입국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조사결과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신씨의 동생인 치과의사 신명씨로 밝혀졌다. 신명씨는 지난해 편지 작성자임을 인정한 뒤 홍 전 대표에게 편지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경준씨는 신씨 형제가 자신이 노무현 정부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의 가짜편지를 만들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편지는 어떻게 작성됐나 = 검찰이 밝힌 수사결과에 따르면 문제가 된 가짜편지의 작성을 지시한 사람은 신명씨가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양승덕 경희대 서울캠퍼스 생활관 행정부처장이었다.

사건을 따라가 보면 김경준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구치소 수감시절 신경화씨에게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자다. 내가 증거를 가지고 한국에 가면 MB는 끝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다.

신경화씨는 1998년 국내에서 강도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피해 대리운전 기사 등을 하다 공조수사에 나선 미국경찰에 검거돼 김씨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김씨는 또 '한국에 소환되면 정치권의 도움으로 호텔에서 조사받고 석방될 것이다. 누나(에리카 김)가 정치인과 영사관 관계자를 만났다'라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

신명씨는 형이 송환되기 전 이런 얘기를 양씨에게 전하면서 형의 구명 문제를 상의하게 된다.

형의 국내 송환 이후에는 양씨에게 "대통합민주신당측에서 도와주겠다며 연락을 해온다, 뭔가 예정된 수순에 따라 접촉하려는 것 같다, 기획입국인 것 같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

"형을 면회하면서 양쪽 손에 '큰집 정동영'과 '작은집 이명박'을 써서 보여주며 '양쪽이 싸우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신명씨는 양씨에게 당시 민주신당측 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달라고 한다.

민주신당측 인사를 만난 양씨는 그들이 신경화씨를 접견해 BBK 관련 내용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민주신당측으로부터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까지 받게 되자 신명씨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그러자 양씨는 그간 신명씨에게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김경준씨가 모종의 약속을 받은 후 입국한 것처럼 편지 초안을 만들어 신씨에게 건네준다.

이를 신경화씨가 김경준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하게끔 가짜편지를 대필하게 시킨 것이다.

◇어떻게 홍준표까지 전달됐나 = 양씨는 신명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평소 학교(경희대)에서 알고 지내던 김병진(현 두원공대 총장)씨에게 전하며 한나라당측 인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MB캠프에 몸담고 있던 김씨는 지인 강모씨를 통해 '줄'을 찾으려 시도했고 강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 신기옥씨에게 한 차례 전화했다. 그러나 신씨는 "나는 모른다"며 "BBK팀에 알아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결국 강씨를 통해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BBK팀장이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소개받는다.

김씨는 민주신당측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을 기획입국의 근거라며 그해 11월 6일 은 전 위원에게 보여줬지만 믿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12월 초 편지를 들고 이번에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찾아간다. 하지만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홍 위원장에게서 면박만 당한다.

김씨는 다시 은 전 위원에게 문제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 전 위원이 편지의 신뢰성이 있다고 보고 홍 전 대표를 설득했다.

홍 전 대표는 이 편지를 그해 12월13일 세상에 공개했고,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은 여당의 기획입국설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게 된다.

결국 편지는 신명→양승덕→김병진→은진수→홍준표 순으로 전달된 것이다.

당시 김병진씨나 은 전 위원, 홍 전 대표는 문제의 편지를 신경화씨가 작성했으며, 여러 근거상 실제 기획입국이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신명씨의 말과 편지 내용을 한나라당 측에 알려 공을 세우고 그 대가로 교육 관련 직책으로 한자리를 얻어내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씨는 대선 이후 김병진씨를 통해 은 전 위원에게 자신의 공로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씨는 "편지를 쓰라고 지시한 적도, 초안을 써 준 적도 없다. 검찰조사에서 분명히 얘기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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