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현장을 가다]새 수익원 찾아 미국行…아직은 대부분 적자 허덕

입력 2012-07-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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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진출 국내 증권사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 도시인 뉴욕을 버리고 국제화를 부르짖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시장을 집중공략한 후 노하우를 배워 아시아로 진출해야 진정한 국제화를 이룰 수 있다.”

뉴욕에서 만난 국내 A증권 뉴욕법인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뉴욕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이 과당 경쟁을 펼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우리투자증권 뉴욕현지법인은 지난해 대부분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들이 적자를 낸 가운데 영업이익 약 31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우리투자증권 뉴욕현지법인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현재 뉴욕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7개의 현지법인과 동양증권 사무소 1곳 등 총 8개 증권사가 진출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투자증권 뉴욕법인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들이 적자를 냈다. 뉴욕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구조가 한국 주식 중계나 뮤추얼펀드 수수료 등 대동소이해서 천수답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증권 관계자는 “한 때 현대증권이 바이코리아 열풍을 일으키며 뉴욕 증권시장에 관심을 일으켰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최근 삼성증권 뉴욕법인이 의욕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다가 시장이 어려워 축소하면서 뉴욕 금융투자사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뉴욕 증권시장에 진출했지만 자본금 규모가 작아 현지 증권사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박윤성 신한금융투자 뉴욕현지법인장은 “한국 주식시장규모에 비해 미국에 진출한 타 한국계 증권 법인이 많은 관계로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이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주식시장 하나만 중점으로 커버하다보니 여러 외부환경에 따른 충격 여파가 다양한 마켓 커버 시 보다 크게 작용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법인장은 “뉴욕 현지 국내법인들은 외국사 고객이 같은 고객이라 천수답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증권시장의 거래량이 30~40% 줄었고 현지 증권사 해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어 주문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방성준 우리투자증권 뉴욕현지법인장도 “일본의 경우 노무라, 다이와, 미즈호 등 3개사 정도가 적극적인 해외영업을 펼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는 너무 많이 진출해 있다”며 “마케팅과 NDR 기업체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들은 자산규모가 작아서 미국부동산이나 주식을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현지 증권사 인수·합병(M&A)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투자은행(IB)사업 자체도 펼치기 힘든 상황이다.

A증권 관계자는 “IB사업의 경우 미국 금융투자사간에 이너서클을 형성해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히스토리를 많이 따져 국내 증권사들이 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연금 같은 돈 많은 한국기관이 자금 중 5% 정도만이라도 국내 증권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빠른 길”이라며 “규모가 작다보니 일년에 500억원 적자도 감당할 수 없어 사업 연속성을 가지지 못해 계속 악순환만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금융기관이 지금 현재 1억달러를 어디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8~9% 수익내기 힘들기 때문에 미국시장 공략 없이는 국제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증권시장 안착을 위해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10년 장기투자하는 증권사가 나와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들은 길게 버틸 수 있는 금융회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사업이 조금만 어려우면 철수하거나 자본금 감자를 단행해 미국 금융투자회사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단명인 경우가 많아 10년 장기 계획을 보고 투자하기 보다는 당장의 실적에 급급한 투자를 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시장 진출로 실적을 당장 낼 수 있는 동남아시아나 중국시장 진출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일본은 엔화를 국제통화로서 달러를 바꿀 수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원화대출이 달러로 바꿀 수가 없어 자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주식시장 안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연기금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또 증권사들이 10년 장기 계획을 갖고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만 미국 주식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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