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현대重 이미지광고 딜레마

입력 2012-06-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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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국내 최다 세계 일류상품을 보유하고, 본사를 지방에 두고, 평균 근속 년수가 20년 가까이 되는 기업. 현대중공업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현대중공업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올초부터 TV 등 각종 매스컴에 내보내고 있는 기업 이미지 광고다. 스타일리시한 광고가 넘쳐나는 가운데 촌스러운 구성과 군살 없는 카피, 그리고 국민배우 안성기까지. 광고업계에서는 수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소위 ‘안성기편’으로 불리는 이 광고가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 최근 새로운 기업 이미지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기획 단계지만 하반기 중 새로운 광고가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새로운 광고 기획은 엉뚱한 해석을 낳고 있다. 총선용에 이은 대선용 광고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4·15 총선 기간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안성기편’ 광고가 겪은 우여곡절의 연장선 상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해석이다. 총선에 출마했던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기업 광고가 제3의 매개체와 연결돼 기획 의도와 달리 해석되는 사례는 비단 현대중공업만이 아니다. 때때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악용되면서 심지어 법정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광고를 자연재해와 연결, 해석함으로써 법정고소된 사례는 대표적이다.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광고소비자들은 광고를 볼 때 메시지 내용을 감(減)해서 듣는 방어기재를 작동시킨다. 광고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의식적으로 이를 거부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보다 메시지를 부풀려 포장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광고의 특성상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때 허위광고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심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광고도 이러한 광고소비자의 방어기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차원적인 방어기재로 인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즉 선거철이 되면 현대중공업은 대주주가 출마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기업활동도 해서는 안 되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기업 이미지 광고는 물론 현대중공업이 펼치는 사회공헌활동, 향상된 경영실적, 사원복지 증진 등 경영성과를 알리는 정상적인 홍보활동 역시 대주주에 대한 선거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대중공업 창립 40주년이다. 공교롭지만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는 해이기도 하다.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총선과 대선 모두 유력주자로 주목을 받았고, 또 주목받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기업홍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광고물량도 많을 수밖에 없는 현대중공업이 오해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팎에서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셈이다.

기업 광고에 정치적 의도를 담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의도적으로 기업 광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광고도 중요한 기업활동 가운데 하나다. 이해관계자에 의한 왜곡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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