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수입품값 내린다고?…왜곡된 유통구조부터 고쳐야

입력 2012-05-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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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효과 제대로 살리려면

자유무역협정(FTA)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유럽연합(EU)에 이어 3월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관세 인하 혜택을 입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대와 수입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기대한 것에 비해 효과가 나오지 않자 FTA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EU, 미국과 FTA 체결 성공에 힘입어 중국과 협상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된 품목의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면서 기대치는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그동안 FTA로 피해가 누적된 농·어민들을 비롯해 중소기업들 역시 ‘FTA 낙수효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FTA 체결 때마다 찬반으로 갈려 싸우는 국론 분열 현상에 국민들은 ‘FTA 피로 증후군’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출은 늘었지만…수입 품목 가격 올라

=FTA 체결과 관련해 정부가 가장 크게 내세우는 것은 바로 수출 증대효과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한-EU FTA 발효 이후 6개월 동안 관세인하 혜택을 입은 품목의 EU 수출이 16.1% 늘어났다고 밝혔다. EU로부터 수입량도 19.9% 증가했으며, 무관세 품목을 제외한 관세인하 품목 대비 FTA 특혜 관세 활용률은 한국이 EU보다 15.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수입에서 나타났다. FTA 발효로 관세장벽을 철폐하면서 기대했던 수입물품 가격 하락이 왜곡된 유통구조로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 국내에서 규모가 큰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그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났다.

작년 7월 EU와의 FTA 체결 이후 관세가 인하된 수입차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와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판매가격 거품 논란이 일자 불공정 유통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칠레산 와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 2004년 칠레와 FTA를 발효했지만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보다 비싼 가격에 와인을 수입해 마셔왔다. 경쟁이 제한적인 독점적 유통구조로 수입업자들이 와인가격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입업자가 도·소매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 가격이 내렸다.

최근에는 수입다리미 가격을 놓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1일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EU브랜드 전기다리미 수입·유통업체의 수입가격 대비 유통수익 비율이 129.6%로 나타났다. 평균 3만6600원에 반입한 전기다리미는 실제 소비자에게 9만2430원으로 무려 2.5배 오른 가격으로 판매된 것이다.

◇정부, 뒤늦게 유통구조 개선 나서

=유통구조 왜곡에 따른 정부의 가격 통제 기능이 한계에 부딪히자 정부는 FTA 효과를 왜곡하는 국내 유통구조 조사 및 개선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역시 수입가격 공개,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한 유통구조 단순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에서 소비자들의 FTA 체감효과가 아직도 불충분하다”며 “독과점적 유통구조로 국내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서민생활과 밀접한 30개 품목에 대한 FTA 전후 가격실태를 조사한 결과, 오렌지주스·백포도주·맥주·생수 등 6개 일부 품목의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공산품의 경우 병행수입을 늘리는 등 제2의 수입업체를 끌어들여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별품목별로 정식 수요업자 외에 다른 채널을 활성화, 경쟁 가능한 업체들의 마케팅을 활성화하거나, 품질정보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등의 안건을 검토 중이다”고 언급했다.

농·식품의 경우 공동구매를 늘려 수입비용을 줄이고 와인·맥주 등 주류는 유통단계 축소나 홈페이지 실시간 가격정보 제공을 시행한다. 또 ‘옥외가격표시제’도 실시해 내년 1월부터 일정 규모의 이상 음식점과 미용실은 의무적으로 가격을 가게 밖에 게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SERI) 수석연구원은 “유통분야 구조개혁과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조사에 나선 품목 이외의 분야도 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해외 수입업체의 유통뿐 아니라 국내 유통의 전반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예컨대 축산물 유통의 경우 영세화로 인해 업체가 난립한 상황이어서 실제 농민이 판매한 가격과 소비자가 구매한 가격이 격차가 난다”며 “미국의 경우 주 정부 등에서 대형 축산물 유통회사를 만들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반영해 이 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FTA의 효과를 당장 얻기는 힘들다”며 “EU와 FTA도 발효한지 1년도 아직 안됐는데 바로 가격이 몇% 내려간다는 효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개혁과 단속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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