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출구전략 어떻길래]허공에 뜬 수천억 사업비…市·정부 보상 놓고 ‘평행선’

입력 2012-05-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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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곳이 ‘매몰비용 처리’난제…시, 보상범위·규모 놓고 골머리

# “뉴타운에 동의할 당시 사업비가 1000억원 정도 든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2000억원이 넘는단다. 주민을 빈털털이로 만들고 외지로 내모는 뉴타운 사업은 기필코 철회돼야 한다”(영등포뉴타운 주민 B씨)

# “조합이나 추진위가 쏟아부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찬·반 의견을 묻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서울시가 하루 빨리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 (신길뉴타운 N공인 관계자)

# “뉴타운에 찬성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구역은 사업 추진이 빨리 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시가 반대측에 구역해제 희망을 심어주면서 오히려 갈등이 더 커지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한남뉴타운2구역 추진위 관계자)

서울시가 ‘뉴타운 딜레마’에 빠졌다. 박원순호는 지난 1월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며 출구전략의 돛을 올렸지만 사업지마다 주민들의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어떤 칼을 빼든 쓴소리를 피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차례에 걸쳐 뉴타운 주민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얼마 만큼의 추진력을 발휘해 출구전략을 펼쳐나갈지, 어떤 방식으로 정부와의 협상을 풀어갈지 주목된다.

매몰비용 처리 ‘난제 중 난제’ = 서울시는 최근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해제요건을 갖춘 18곳에 대해 우선해제를 추진하고 추진 주체가 설립되지 않은 265곳에 대한 2단계 실태조사(1차 6월, 2차 10월)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추진 주체가 이미 구성된 305곳이다. 이 구역들은 지난 2월1일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를 받아야만 실태조사 추진이 가능해 추후 주민요청에 따라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태조사 시행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305곳에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매몰비용’ 처리 문제이다. 매몰비용이란 추진위나 조합이 사업 추진을 위해 들인 비용으로 구역해제시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출구전략 발표 후 4개월이 넘도록 매몰비용의 보상범위와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 정비사업 추진위·조합들은 총회 운영비는 물론 인건비·식대 등 복리후생비까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합의 경우 매몰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서울시는 불투명한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 ‘시간은 곧 돈’ 빠른 해결 필요 = 또한 매몰비용 지원여부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행령 개정과 시의 조례안 구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정비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비용은 점점 더 불어날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뉴타운 출구전략은 반쪽짜리 대책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진위 단계를 넘어 조합 설립까지 진행이 된 사업장은 사업 해제까지 더욱 큰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개정된 도정법상 추진위가 아닌 조합은 매몰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정비구역이 구역 해제에 나설 경우 조합과 시공사간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조합은 운영비를 시공사에서 빌린 후 사업 완료시에 비용을 정산해왔다. 만약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구역 해제로 인한 매몰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면 조합은 대여금과 이자는 물론 손해배상금까지 고스란히 시공사에 줘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경기 수원 세류동 113-5구역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원 50% 이상(54.06%) 동의를 얻어 시에 조합청산과 구역해제 신청을 하자,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41억원을 청구하겠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매몰비용 부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없이는 뉴타운 출구전략이 구호만 요란한 미봉책으로 끝날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출구전략이 장기화될수록 찬반 주민간 갈등, 재산권 침해 논란, 정상적인 사업구역의 사업성 저하 등 여러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져나올 것”이라며 “뉴타운 사태의 책임이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 모두에 있는 만큼 서울시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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