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인사이드]강만수 VS 박재완의 재정부 체육대회

입력 2012-05-22 13:16 수정 2012-05-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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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 시절 체육대회 축구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승리해 당시 강만수 국장이 나를 업고 운동장을 돌았다. 서열이 심한 재정부서 축구 때문에 사무관이 국장 멱살을 잡는 것이 용인되는 시절이기도 하니 내 결승골은 의미가 컸다. 지금도 과거처럼 체육대회 전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 열기는 예전만큼은 아니다.”

‘축구광’ 김익주(행시 26회)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은 과거 재정부 체육대회 열기를 이같이 전했다. 여타 부처보다 자부심도 높고 인원이 많은 재정부는 매년 체육대회를 ‘성대하게’ 치른다.

통상 체육대회를 야유회 정도로 가볍게 즐기는 다른 부처들과 달리 재정부에서는 승패를 향한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이는 관가에서도 유명하다.

체육대회 시즌만 되면 강도 높은 연습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는 사무관들, 점심시간이나 저녁 퇴근 무렵 과천청사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재정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타 부처에 있다가 지난해 재정부로 발령받은 이는 “다른 부처들은 명랑운동회 방식으로 가볍게 하는데 여기는 ‘죽기살기’로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열린 2012년 재정부 체육대회도 역시나 치열했다. 하지만 승자는 한 팀뿐! 승리의 여신은 예산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체육대회 5종목 중 세제실이 이어달리기와 배구, 줄다리기 등 3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예산실이 축구와 여자피구에서 우승하고 나머지 세 종목에서 각각 준우승과 3위를 기록해 종합점수는 1200점으로 동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위 두 팀이 동점인 경우 축구대회 성적에 따라 우승팀을 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예산실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된 이후로 예산실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체육대회 축구대회를 위해 “칼을 갈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이석준 예산실장의 입이 귀에 걸린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재정부가 체육대회에 이렇게 열성적으로 임하는 이유는 재무부 시절의 전통도 있지만 이 대회를 통해 1년치 체력을 길러 업무에 정진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운동 잘 하는 직원이 일도 잘 한다’, ‘체육대회성적은 각 세제실,예산실 등 각 팀을 이끄는 1급 간부의 통솔력과 부서의 단결력이다’라는 말은 재정부서 ‘정설’로 통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축구 잘하는 직원을 서로 데려오려고 각 실국장들이 벼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올 체육대회도 극성스럽게 치렀지만 현재 강만수(행시 8회) 산은금융그룹 회장이자 한국산업은행장이 재정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비하면 그 기세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축구 승리에 흥에 겨워 사무관을 업을 정도였던 강 전 장관의 축구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진 해 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체육대회를 처음 부활시켰다. 강 전 장관은 저서 ‘2008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 “재무부 이재국장 시절 한 일 중 가을 체육대회에서 축구 우승한 것이 가장 보람되고 기억하고픈 일”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실제로 작년까지만 해도 체육대회 시즌만 되면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위해 운동장이 가득 찼지만 올해는 비교적 한산했다.

이는 박재완(행시 23회) 장관이 취임하면서 부터 더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내부, 외부 반발을 물리치고 8-5제(오전 8시30분 출근 오후 5시30분 퇴근)를 이달부터 도입할 정도로 일과 가정, 조직과 개인 간의 균형을 중시한다. 평소에도 재정부의 야근 문화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내부적으로도 과열된 체육대회에 대해 올해부터 조치가 가해질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과열된 체육대회를 개선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체육대회 종목, 팀구성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직접 과열된 체육대회 분위기에“자중해 달라”는 지시를 보냈고 이에 재정부는 직원들에 동보로 쪽지까지 전달했다는 것이 그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강 전 장관이 리더십 평가에 축구대회 결과를 활용했다고 알려졌지만 박 장관의 재임기간에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재정부 직원들의 가치관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세제실 직원은 “재정부 내 직원들이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경쟁이 치열한 재정부 내에서 과장 국장으로 승진하려면 사실상 일에 전부를 바쳐야 한다. 예전에는 대다수 재정부 직원들이 성공을 위해 일에만 전념했지만 요즘엔 가정, 취미 등 가치관이 다양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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