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재정건전성 유지하며 복지 확대 불가능”

입력 2011-10-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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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제위기, 해법을 구하다 ⑥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7일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늘리고 싶으면 다른 걸 왕창 줄여야 하는데 그 정도로 정권과 정치권이 튼튼하지 못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그리스 디폴트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높고 우리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유달리 높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와 관련 “낮추겠다고 덤비다간 그냥 가는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 캔자스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 사장, 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을 지낸 경제전문가다.

-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디폴트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 결국은 채권단이 감면을 안 해준다면 디폴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오래 못 버틸 것이다. 몇 번은 긴급조치들을 해줄 것이다, 유로안정기금 같은 데서 대신 상환해주고 가는데 몇 번을 더 해줄지는 지금으로썬 알기 어렵다. 그리스만 있으면 나은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들도 곧 닥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등에도 오면 그리스 디폴트가 더 빨리 온다. 그건 다른 나라들 사정하고도 연관이 있다.

좀 더 봐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가 약속을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디폴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질서 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를 선언하게 될 경우 유럽은 물론 미국의 은행까지 직·간접 피해가 있다고 예견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겠는가.

▲ 그리스가 만일 질서 있는 디폴트든 뭐든 디폴트가 이뤄지면 지금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고 많은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우리나라도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금융기관이 영향 받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신용등급 조정을 비롯해 여러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맞물려 있으니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 5000억 달러 정도다. 그 중 유럽이 25% 내지 30%이고, 동남아가 상당히 있어서 유럽하고 동남아가 2000억 달러 쯤 되는데, 거기서 흔들리면 굉장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높은데,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 지금은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이 없다. 지금은 위험하기 때문에 대외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덤비다간 자칫하면 신용위기에 빠진다. 예를 들어 수출비용이 높다, 이런 건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큰 문제가 안 된다. 사실은 우리나라가 자금을 많이 해외에 의존하는 게 문제다. 지금은 전 세계가 자금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돈이 없다기보단 신용이 떨어져서 자금을 못 얻는 문제다. 기존에 있던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지, 대외의존도 낮추겠다고 덤비다간 그냥 가는 수가 있다.

-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투자비율이 3분의 1이 넘는다.

▲ 우선 외국인의 직접 투자는 굉장히 비중이 낮은 편이다. 오히려 직접투자는 괜찮고, 그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자본시장, 증권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외채를 많이 빌린 것이 위험요소다. 그 두 가지 부분은 우리 스스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든지 아니면 우리나라가 평소에 국제 금융시장에 나가서 예금 같은 걸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은행을 갖고 있으면 문제가 안 된다. 금융산업의 해외 진출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은 가장 큰 문제다. 그건 시간이 좀 있어야 한다.

무역비중, 수출비중은 큰문제가 아니다. 간접적인 부분이다.

-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다. 그러나 장기전에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 상황 돌아가는 게 심상치 않으므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앞으로도 꾸준히 외화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자꾸 통화스와프라도 해놓으라는 거다. 수입은 줄이고 수출을 굉장히 늘릴 수밖에 없다. 국제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들어가야 빌린 외채 나갈 때 그걸 계속 보충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히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이고, 돈이 빠져나가면 환율 올라가도록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올라가면 돈이 덜 빠져 나가니 외환보유고는 덜 쓰지 않나. 환율 갖고 대처하면 물가가 심각한 상황에 빠진다. 그러나 대외 디폴트 상황보다는 나으니 될 수 있으면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적게 하는 쪽으로 외화가득률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환율개입에 대한 입장은.

▲지금은 외국 투기자본도 왔다간다 한다. 투기자본이 장난쳐서 끌어올리면 우루루 따라갈 수 있다. 그러니 투기자본이 장난칠 때는 심리전 차원에서 외환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단기적인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큰일난다. 1997년(IMF)에도 최중경, 강만수 등 재무부 공무원들이 잘못해서 사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다. 이번엔 같은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 가계부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어떻게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나.

▲ 참 어려운 문제다. 금년부터 상환 돌아오는 게 많을 텐데, 일단은 연장해줄 수 있는 건 연장해주고 일부는 상환 받고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식으로 하면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절약을 해야 한다. 도리가 없다. 잘 쓰던 것만 생각하다 빚 갚으려고 하면 고통스럽다. 지금 가계부채는 대략 변동금리로, 3년 거치 또는 몇 년 상환 이렇게 돼 있다. 3년 거치기간 중에는 이자만 냈기 때문에 별 부담을 안 느꼈는데 곧 원금 갚아야 할 시기가 돌아온다. 그러면 굉장히 고통스러워지고 심각해진다. 우리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로 세계적으로 높다. OECD 기준으로 영국 다음이고, 미국보다도 더 나쁘다. 그래서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굉장히 심각하다. 공기업 부채도 심각하고.

-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대부분의 시각인 것 같다. 솔직히 가능하다고 보나.

▲ 가능하지 않다. 불가능하다. 앞으로 2년 정도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 재정건정성 문제는 심각해진다. 재정지출을 많이 줄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런데 선거를 하게 돼 재정지출을 제대로 줄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금도 잘 안 들어오게 된다. 빚은 빚을 낳고 이자만 해도 작년에 20조 원이 넘었으니 굉장한 금액인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재정건전성 유지하면서 복지를 늘리고 싶으면 복지비 지출 외에 다른 걸 왕창 줄여야 한다. 그런데 왕창 줄일 정도로 정권이, 정치권이 튼튼하지가 못하다. 교육·국방 예산을 줄이든지, 공무원 월급을 줄이든지 SOC 투자를 줄이든지 해야 하는데 포퓰리즘, 선거 때문에 하나하나 못 늘려서 안달하고 있다. 그건 줄어들 수가 없다.

그래서 지하경제를 없애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 거다. 지금 세법 하에서 탈세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거다. 그런데 그것도 ‘다 찾아내겠다’고 답변은 잘하는데 찾아낼 수 있으면 벌써 다 찾아냈지. 말들은 잘 하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

국민들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정치권에 그렇게 엉터리짓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도록 분위기가 돌아가야 한다. ‘자꾸 복지만 무조건 확대하려고 하지 마라, 불요불급한 사업을 하지 마라, 개인정보보호고 뭐고 신경 쓰지 말고 세금 안내는 사람을 철저히 찾아서 세금 걷어라’ 이렇게 여론이 돌아가 줘야 정치권이 움직인다. 정치권이 표 갖고 먹고사는 동네가 아닌가. 말하고 행동하고 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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